중독 위험 없는 새로운 진통제, 어떤 원리?

말초신경의 나트륨 통로 억제하는 미국 버텍스의 VX-548 약효 확인

VX-548은 나트륨 통로만 억제하기 때문에 최근 문제되고 있는 아편성 진통제와 달리 중독과 남용의 위험을 포함한 부작용 없다는 장점을 지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편성 진통제의 중독 위험 없이 수술 후 고통을 경감해주는 새로운 알약 형태의 진통제가 2상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미국 제약회사 버텍스가 개발 중인 VX-548 최고 용량을 투약 받은 577명의 환자에게서 뚜렷한 통증완화 효과가 확인됐다. 3일(현지시간)《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VX-548은 말초 감각신경과 관련된 특정한 나트륨 통로를 억제해 고통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것을 억제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나트륨 통로만 억제하기 때문에 최근 문제되고 있는 아편성 진통제와 달리 중독과 남용의 위험을 포함한 부작용 없다는 장점을 지닌다.

통증 신호를 교란하기 위해 나트륨 통로를 차단하는 개념은 새로운 게 아니다. 노보카인과 리도카인 같은 약물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하지만 이들 약물은 비선택적으로 작용한다. 즉 알약으로 복용하게 되면 심장과 뇌의 나트륨 통로를 포함해 부차별적으로 나트륨 통로를 차단하게 된다. 그래서 통증완화가 필요한 부위에 한해 주사제로 투약된다.

반면 VX-548은 말초 감각신경과 연결된 나트륨 통로만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그래서 알약으로 복용해도 문제가 없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그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예일대 의대의 스티븐 왁스먼 교수(신경학)는 나트륨 통로 관련 여러 유전자의 발견을 통해 말초 감각신경에만 작용하는 나트륨 통로의 존재 가능성에 눈뜨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실제 말초 신경에만 작동하는 3개의 채널(1.7, 1.8, 1.9)를 발견했다.

VX-548은 이중에서 1.8 채널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이번 연구는 VX-548이 급성 통즈의 완화를 가져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2가지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하나는 복부지방제거수술을 받은 30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직후 무작위로 3종의 알약을 48시간 동안 복용하도록 했다. 3종의 알약은 VX-548(적정 용량과 최고 용량)과 표준 아편성 진통제(하이드로코돈과 아세트아미노펜), 위약이었다.

다른 임상시험은 주로 엄지발가락에 통증을 느끼는 환자에게 실시하는 건막류 수술을 받은 27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들 또한 무작위 선정을 통해 VX-548, 하이드로코돈/아세트아미노펜 또는 위약 3종의 알약 중 하나를 48시간 동안 복용하게 했다.

그 결과 최고 용량의 VX-548과 아편성 진통제만이 이틀에 걸쳐 환자의 통증을 대폭 낮춰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로 두통과 변비 같은 부작용이 있기는 했지만 가볍게 나타났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UCSD)의 마크 윌리스 교수(통증의학)는 VX-548이 부작용을 덜 유발했으며 아편성 진통제군에 비해 VX-548군이 효과가 없어서 복용을 중단한 환자가 더 적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VX-548의 경우 최고 용량만 효과가 있었다는 점에서 아편성 진통제와 비교해 제한적 효과였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가 이 진통제에 대한 최종 결론은 아니다. 현재 VX-548와 표준 아편성 진통제의 효과를 비교하는 3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버택스 측은 수술 후 통증이 아니라 신경손상에 의한 신경병증성 통증에 대한 이 약의 효능에 대한 초기 시험에도 착수했다고 밝혔다.

왁스먼 교수는 이러한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지지하면서 1개 채널 뿐 아니라 다른 주변 채널까지 망라한 진통제가 통증 완화에 더 효과적인지 같은 더 큰 그림의 연구도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종류의 무독성 진통제가 출시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209870?query=featured_home)에서 해당 논문을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