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행진…아토피 있으면 천식 따라오는 이유 (연구)

유아기부터 아동기까지 이어지는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가 다른 알레르기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으면 다른 알레르기 질환이 생기게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령 아토피가 있으면 천식이 생길 위험이 높은 것처럼 말이다.

알레르기는 면역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보통 사람에게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 물질이 특정 사람에게 두드러기, 가려움, 콧물 등 이상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땅콩 등 식품 알레르기, 습진, 아토피 피부염, 비염 등이 아이들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이다.

미국 CNN이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해당 연구는 1999년부터 2020년 사이 병원 검진을 받은 미국 어린이 약 22만 명의 전자의료기록을 조사·분석한 것으로 《소아과학(Pediatrics)》 저널에 실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소아 알레르기 전문가이자 이번 연구에 동참한 데이비드 힐 박사는 “조사 결과 어린이가 하나의 알레르기 질환 진단을 받았다면 이후 다른 형태의 알레르기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가 유아기부터 아동기까지 이어지는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을 상당 부분 입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알레르기 행진은 알레르기 질환이 순서에 따라 계속 나타나는 것으로 영아에게서 나타난 아토피 피부염, 식품 알레르기가 심해졌다가 나아지면서 알레르기성 비염이 발생하고 다시 기관지 천식 등으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연구 대상 어린이 중 10% 이상이 생후 4개월 경에 아토피 피부염이나 습진 증상을 보였으며 13개월경에는 아나필락시스 식품 알레르기와 천식 등을 앓는 아이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물질이 몸속에 들어간 후 몇 분 안에 반응을 일으키고 위급한 상황을 초래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급성 알레르기 반응을 말한다.

생후 2세가 조금 넘은 26개월에 이르면 급성 비염이나 건초열, 35개월이 되면 일부 아이가 식도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 알레르기 질환인 호산구성 식도염을 보여 알레르기 행진이 총 다섯 단계로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호산구는 알레르기 반응, 천식 및 기생충 감염에 대한 신체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경우에 따라 특정 기관에 염증을 일으켜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주목할 점은 조사 대상 어린이 중 13% 이상이 두 가지 이상의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다. 천식을 앓고 있는 어린이의 40% 이상이 건초열에 시달리고 천식 환자 두 명 중 한 명에게 음식 알레르기가 있었다. 5세 이전에 아토피 피부염을 앓은 아이를 7세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43% 정도는 천식이, 45%는 비염이 생겼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알레르기는 만성 질환으로 아이들의 삶의 질과 성장에 지속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위험하다. 힐은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아이는 집중력 저하로 성적이 나빠지고 증상이 심한 경우 학교에 빠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정서적으로 불안함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식 알레르기는 섭식 장애로 발전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아이를 알레르기로 인한 괴로움에서 구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진단을 받고 치료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알레르기 행진의 시작인 습진, 아토피 등은 피부의 가장 바깥에 있는 상피층이 파괴되면서 몸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를 빨리 발견해 진단을 받고 전문적인 치료로 무너진 피부 장벽을 회복하면 알레르기 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조나단 번스타인 미국 《알레르기·천식·면역 학회(American Academy of Allergy, Asthma, and Immunology)》 회장은 면역력을 높여주는 장내 미생물 군집 발달에 도움이 되는 모유 수유는 물론 항생제 사용 줄이기 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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