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괴롭히는 ‘00두통’ 정체는?

군발두통은 사회적으로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는 20~40대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쪽 눈 주변이나 측두부의 극심한 통증과 함께 눈물·코막힘·결막충혈이 동반되는 두통, 주로 20~40대 남성에서 발생하는 두통, 통증이 시작되면 짧게는 15분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지속되는 두통, 밤이나 새벽에 극심한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 두통…”

이는 군발두통의 주요 특징이다. 두통학회에 따르면, 군발두통은 사회적으로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는 20~40대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MZ세대를 괴롭히는 두통이기도 하다.

편두통처럼 강도가 높은 통증이 한쪽 머리(주로 눈 위쪽)에 집중 발생하며, 주로 눈 주위에서 시작돼 주변 관자놀이 및 얼굴로 통증이 퍼져 나간다. 통증이 있는 부위의 눈 동공이 작아지고 눈꺼풀이 내려오기도 한다. 극심한 두통 발작으로 인해 병원 또는 응급실을 들락거리고 결근, 결석, 업무 능률 저하 등을 유발하여 사회생활에 큰 장애를 초래한다.

이 두통을 겪는 사람들은 수주 또는 수개월간 발작이 지속되는 군발기와 1개월 이상의 관해기(질병의 증상이 해소되는 상태)를 반복하는 반복성 군발두통(약 85%)과 1년 이상 만성적으로 발작을 반복하는 만성군발두통(약 15%)을 겪는다. 이러한 군발두통 환자의 국내 유병률은 약 0.1%(5만명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 초기에 예방치료 병행해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통계을 보면, 병원을 찾는 군발두통 환자 수는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2만명 정도이다. 두통학회는 진단이 늦게 되거나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흔한 만큼,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까지 감안해 국내에 약 5만여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 질환은 두통 자체뿐만 아니라, 다가올 두통 발작에 대한 두려움도 매우 커서 공황장애까지 겪는 경우가 상당하다.

우리나라 군발두통 환자의 경우 두통이 거의 매일 발생하는 군발기는 평균 1.8개월(약 50일) 정도이며, 두통의 횟수는 하루 0.5~8회, 두통 강도는 가장 고통스러운 상태가 10이라고 할 때 9.4이다. 평균 100분 지속되고, 첫 발생 이후 기간은 7년이며, 총 3번의 군발기를 겪는다. 특별한 뇌의 구조적인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서도 눈물이나 콧물 등의 자율신경증상을 동반한다.

생활습관은 군발두통의 원인 자체는 아니지만 이미 발병한 환자의 치료 경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첫째, 금연이 가장 중요하다. 흡연은 군발두통의 발병과 악화에 영향을 준다. 둘째, 술 같은 유발요인을 피하는 것이 좋다. 셋째, 규칙적인 수면이나 식사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넷째, 매일 30분 이상 스트레칭과 유산소운동(땀이 약간 날 정도)을 하고, 스트레스 조절과 편안한 마음 자세를 취한다. 다섯째, 비만·고혈압·당뇨·고지혈증·수면무호흡증 등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한다.

두통치료에는 통증이 시작하면 통증을 줄이기 위한 급성기 치료와, 잦은 두통을 예방하거나 강도를 감소시키기 위한 예방치료가 있다. 군발두통은 모든 환자에게 군발기가 시작되면 가능한 한 빨리 예방치료를 동시에 시작하는 것을 권고한다. 예방치료로 군발기가 시작되는 것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군발기간을 최소화하고 두통발작의 빈도와 강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예방치료를 하는 중에 군발두통발작이 있을 때는 고유량산소요법, 트립탄과 같은 급성기치료를 병행한다.

■젊은 시기 발병, 진단 더 늦어져

군발두통은 한 번 발생하면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두통이 거의 매일 극심하게 발생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게 할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극심한 두통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인 급성기 치료가 매우 중요한데, 전 세계적으로 가장 권고되는 치료는 바로 산소치료이다. 산소치료는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치료로, 환자들의 선호도와 만족도가 높다.

원인을 알지 못하는 두통이 나타날 때는 가능한 빨리 신경과 전문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국내 445명의 군발두통 환자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환자들의 군발두통 발병 후 첫 진단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7년이었다. 전체 환자 중 69%는 발병 후 진단까지 1년 이상, 36%는 7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특히 군발두통이 젊은 시기에 발병할수록 진단 지연의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세 이하 청소년 시기에 발병한 경우의 90% 이상이 1년 이상의 진단 지연을 경험했다. 30세 이전에 발병한 환자들도 70% 이상이 진단 지연을 겪었다. 진단 지연은 군발두통의 잘못된 진단과 치료로 연결되면서 두통으로 겪는 고통의 기간을 늘리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두통학회는 군발두통의 진단 지연과 관련해, 국내만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의학적 수준이 높은 나라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보고되는 문제라고 밝혔다. 군발두통 진단 지연이 현재까지 보편적 현상으로 관찰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군발두통의 유병률이 낮아서 많은 의료진들에게 생소한 질환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신경영상검사나 바이오마커 같은 객관적 진단 방법이 없기 때문에 ‘두통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신경과나 소아과 의사가 환자의 병력 청취를 바탕으로 하는 임상적 진단’을 빼고는 진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한편 대한두통학회는 금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군발두통(群發頭痛 cluster headache) 진료지침 마련에 착수했다. 두통학회는 칼시토닌 유전자관련 펩티드(CGRP) 표적 편두통 예방 치료제인 ‘앰겔러티’가 간헐적 군발 두통용으로 승인받았지만 저용량만 사용 가능하고 산소 치료 역시 제한돼 이에 대한 의학적 근거 제시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수진 두통학회장은 얼마전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학회는 이번 진료지침을 통해 다양한 치료법 소개는 물론 제한적인 치료 환경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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