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톱10 병원들은 뭐가 다를까?

[김영훈의 참의사 찐병원] 초일류병원의 조건

글로벌 병원 순위 TOP 10을 조사한 결과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1위를 차지했다.

세계에는 병원이 몇 개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마치 ‘세계의 학교가 몇 개 인가?’라는 질문과 비슷하다. 학교보다 훨씬 더 많은 인구는 파악할 수 있지만, 병원이나 학교 숫자는 통계를 내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병원, 의원, 요양원, 치과 의원, 보건소까지 다 합하면 2020년을 기준으로 4만 곳이 넘는다. 이를 세계로 확대하면 어떤 숫자가 나올까? 4만 개x220나라=800만 곳이다. 이 숫자는 추정일 뿐이다. 그렇다면 대략 800만 병원 중에서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일까?

2023년 3월 《뉴스위크》는 세계 병원들을 대상으로 점수를 매겼다. 의료 전문가의 의견, 환자 대상의 설문 조사, 의료 실적 지표 등을 기반으로 종합해서 책정했다. ‘글로벌 병원 순위 TOP 10’은 다음과 같다.

1. 메이요클리닉(미국)

2. 클리블랜드클리닉(미국)

3. 매사추세츠 종합병원(미국)

4. 존스홉킨스병원(미국)

5. 토론토 종합병원(캐나다)

6.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스웨덴)

7. 베를린대 부속 샤리테 병원(독일)

8. 파리 공립의료원(프랑스)

9. 싱가포르 종합병원(싱가포르)

10. UCLA 로널드 레이건 병원(미국)

한국의 병원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10위 안에는 들지 못했다. 이 순위는 매년 바뀐다. 그러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뿐 순위 변동은 심하지 않다. 10위권에선 지난해 이스라엘 세바 메디컬 센터가 빠지고, 싱가포르 종합병원이 새로 들어왔을 따름이다. 30위권 밖의 병원이 갑자기 10위 안으로 껑충 뛰지는 못한다. 즉 일류 병원은 계속 일류로 존재하고, 이 일류에 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6위를 기록한 스웨덴의 카롤린스카(Karolinska)대학병원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카롤린스카 연구소와 의대의 수련병원이다. 7위에 오른 독일의 샤리테(Charite) 병원은 1710년 독일 황제 프리드리히 1 세의 지시로 베를린에 세워진 병원이다. Charite는 프랑스어로 ‘자선’이라는 뜻이다. 2003년에 베를린자유대학 의대와 통합해 유럽 최대의 병원이 됐다.

1등인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은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있는 종합병원이다. 이 병원의 뿌리는 18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사 윌리엄 워럴 메이요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해이다. 윌리엄 부부는 5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두 아들인 제임스와 찰스 모두 의사가 됐다. 집에 도서관을 차릴 정도로 학구열이 높은 부모 덕분에 두 형제는 어렸을 때부터 많은 책을 읽었다. 어머니에게서 식물들을 배웠으며 아버지를 도와주면서 자연스레 의학 기술을 습득했다.

1883년, 로체스터를 강타한 토네이도로 24명이 사망하고 40명이 중상을 입는 참변이 일어났다. 중상자들을 돌보던 수녀 한 명이 윌리엄에게 제대로 된 병원을 짓자고 제안했다. 윌리엄이 그 제안을 받아들여 1889년 9월 세인트 메리병원(Saint Mary’s Hospital. 우리나라의 성모병원과도 영문명이 같다)이 문을 열었다. 아버지와 두 아들은 이 병원에서 일했는데,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치료비를 많이 받고, 가난한 사람에게서는 적게 받았다. 두 아들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고 다른 의사들이 합류하자 더 좋은 병원을 만들자는데 모두 의기투합해 1903년 드디어 메이요 클리닉이 세워졌다. 이미 명성이 자자한 데다 병원비를 차등해서 받는다는 원칙이 계속 지켜져 환자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환자 우선’의 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세계 최고 병원 순위에서 늘 1~3위를 유지하고 있다. 메이요 클리닉은 하나의 병원이라기보다 종합 학술 의료센터이다. 3개의 메인 캠퍼스에 4500명이 넘는 의사를 포함해 5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 한다. 일반 질환도 진료하지만, 치료가 까다로운 환자들을 우선으로 3차 진료를 주로 한다. 3000명 이상의 연구원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매년 8000억 원 정도를 연구비로만 사용한다. 세계 최고로 여겨지는 분야는 암 치료 및 연구, 심장내과 및 심장 수술, 당뇨병 치료와 내분비학 연구, 소화기 내과 및 소화기 수술, 산부인과, 신경과 및 신경외과, 정형외과, 비뇨의학과, 호흡기내과이다. 즉 분야 대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의료진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의료 AI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과 의료 AI 개발을 위해 2020년 ‘AI 암 케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개선된 의료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의료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분석, 머신 러닝, AI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메이요 클리닉의 슬로건은 ‘환자의 필요를 최우선으로(The needs of the patient come first)’이다. 우리나라 병원들이 앞다투어 추구하고 있는 ‘환자 중심’을 일찌감치 표방하고 실천해 오고 있는 것이다.

메이요 클리닉이 대학의 부속 병원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 Hospital: CCH)도 단독 병원이다. 오하이오주의 주도인 클리블랜드에 있으며, 병원 모델의 표준으로 인정되기에 CCH를 소개한 책도 여럿 간행됐다. 공식 개원은 1924년이지만 그 연원은 1886년으로 본다. 메이요 클리닉보다 약 40년 뒤에 출발한 것이다. 프랭크 위드, 프랭크 번츠, 조지 크라일 세 사람이 진료를 시작했으며 위드가 사망한 후 윌리엄 로워가 합류했다. 세 사람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야전 병원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병원을 만들기로 했다. 1921년 우선 비영리 법인 클리블랜드 클리닉 재단(CCF)을 세우고, 여러 가지 준비를 거쳐 1924년 병원 문을 열었다.

병원 운영의 기본 개념은 ‘팀 방식, 월급제, 상호보완적 기술’ 세 가지였다. 의료진은 일한 만큼 더 받는 자본주의와 달리 공평하게 월급을 받았다. 그러나 5년 후에 큰 화재가 발생해 병원 원장을 포함해 무려 123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이렇게 되면 병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지만, 직원들의 헌신으로 1931년 10층짜리 건물을 지으면서 새 출발을 했다. 그날 이후 CCH는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 세계 1~3위에 랭크되는 선진 대형 종합 병원이 됐다. 또한 CCF는 호텔 사업에 뛰어들어 미국 곳곳에 여러 개의 호텔을 거느리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CCF 산하의 10개 중소 병원들은 ‘클리블랜드 클리닉 헬스시스템(Cleveland Clinic Health System.CCHS)’이라고 불리며, 12개의 통원 치료 센터는 ‘가족 건강과 수술센터(Family Health & Surgery Centers)’라 불린다. CCH와 CCHS 병원들의 병상 수는 3700개나 된다. 의사는 모두 2500여명이고 전체 직원은 6만 명에 이른다. CCHS에는 2500명의 계약 의사들이 추가로 근무한다. 연간 매출액은 3조 8000억 원이 넘는다(참고로 《뉴스위크》가 우리나라 1위 병원으로 선정한 서울 A 병원의 2022년 매출은 약 2조8000억 원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아부다비.

CCF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10개 나라에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다. 아르헨티나, 캐나다, 브라질, 그리스, 쿠웨이트 등이며 2015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세워진 클리블랜드 클리닉 아부다비는 세계 초일류 현대식 병원으로 꼽힌다.

2018년 발표에 따르면 환자는 58만 명이 넘었으며, 입원 환자 약 9500명, 수술 건수는 1만 6000건을 넘겼다. 중동의 석유 부국에 건립된 미국의 종합병원이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병원 모델을 보여 준 것이다.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CCH는 의료 디지털 혁신의 중심에 서 있다. 이들이 행하는 디지털 혁신에는 의료 시스템에서 병원의 브랜드 마케팅까지 확장돼 있다. 이 병원 역시 ‘환자 중심’의 철학으로 운영된다. 환자를 중심으로 협력하는 문화를 발전시켜 최선의 진료 결과를 창출해 내고, 그 결과 전 세계에서 환자들이 찾아온다. 높은 매출을 통해 다시 최고의 시설과 연구, 인재 영입에 투자 하는 선순환이 반복돼 최적의 의료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다.

    김영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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