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 번아웃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광미 웰에이징 스토리]

어느날, 기업 간부로 일하는 40대 여성이 병원을 찾아왔다. “온몸이 아프고, 늘 피로하다”고 했다. 3개월 병원을 다니며 증상이 조금은 나아졌다. 그러자 “이젠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과한 운동보다는 일의 양을 줄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 했다. 그녀의 호전 속도가 느린 것은 과도한 업무량 때문일 수도 있어서였다.

그녀는 이후로도 몇 차례 더 내원했지만, 결국 일을 그만두었다. 체력이 너무 떨어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나중에 알게 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만성피로는 일상생활에서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피로가 지속하는 상태. 삶의 질을 낮추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심할 경우 ‘번아웃(Burn-out)증후군‘이 오게 된다.

만성피로 원인 중 하나는 세포가 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해서다. 세포의 에너지 생산은 미토콘드리아와 관련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엔진이다.

차의 엔진은 휘발유를 연소하여 동력 에너지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엔진 부품들이 마찰로 인해 소모된다. 휘발유 연소 후 만들어진 그을음과 오염 물질이 쌓이면 엔진이 고장 나고 수명이 줄게 된다. 엔진 오일을 사용해서 주기적으로 엔진을 청소하면 효율성이 높아진다.

세포 엔진인 미토콘드리아도 마찬가지다. 미토콘드리아를 잘 관리해주어야 세포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다. 세포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필요에 맞게 조절하는 여러 훌륭한 전략이 있다.

세포는 미토콘드리아를 어떻게 관리하나?

세포는 미토콘드리아 생합성을 자극해 미토콘드리아 수를 늘린다. 기능이 떨어진, 병든 미토콘드리아는 청소한다. 이를 통해 미토콘드리아의 질을 관리한다.

특히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하는 신호 전달 체계들이 있는데 그중 AMPK가 중요하다. AMPK(AMP-activated protein kinase)는 에너지 대사 조절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효소다. AMPK는 에너지 센서라고 불리며 에너지가 부족할 때 활성화되어 에너지 생산을 돕는다.

식사를 거르게 되어 혈당이 부족해지거나 격렬한 운동으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면 몸에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에너지 센서인 AMPK가 활성화되면 에너지 생산이 늘어나고 소비를 줄여 에너지 균형을 맞춘다.

AMPK는 또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조절한다. AMPK는 PGC-1α를 활성화하여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 능력을 높인다. 미토콘드리아를 분열시켜 새롭고 건강한 미토콘드리아 수를 늘리고 ‘자가 포식’ 작용에 관여하여 미토콘드리아의 질을 관리한다.

‘자가 포식'(autophagy)은 세포 내 기능이 저하돼 불필요한 성분들을 자연스럽게 파괴하고 분해하는 것이다. 분해된 산물은 다시 새로운 소기관으로 재활용된다. AMPK는 자가 포식을 통해 기능이 떨어졌고, 병든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한다. 병든 미토콘드리아가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로 교체되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

AMPK는 건강한 미토콘드리아와 함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고 염증을 억제하기 때문에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 수명을 늘린다. 여러 연구에서 암, 심혈관 질환, 대사 증후군, 신경 퇴행성 질환 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MPK로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항상성을 조절하고 만성피로를 회복하는 방법엔 뭐가 있을까?

1. 금식하라. 만일 어렵다면 소식이라도 하라

오랫동안 공복 상태를 유지하면 에너지 항상성을 유지하는 AMPK가 활성화된다. AMPK는 에너지 센서라 했다. 세포 에너지인 ATP 생산이 줄면 AMPK가 활성화되어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소비를 줄여 항상성을 유지한다.

그래서 소식 또는 간헐적 단식은 AMPK를 활성화하여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유지하고 수명을 증가시킨다.

2017년 듀크대학 메디컬센터에서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식이 제한과 AMPK가 미토콘드리아의 항상성을 조절하여 예쁜꼬마선충의 수명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설명한다. 활력과 면역력이 떨어지고 만성피로가 지속할 때는 소식과 함께 12시간 정도 공복으로 있으면 AMPK가 활성화되며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회복되고 에너지 대사의 균형이 조절된다.
* Ref. Dietary Restriction and AMPK Increase Lifespan via Mitochondrial Network and Peroxisome Remodeling; Heather J. Weir, Pallas Yao, et al., Cell metabolism, 2017

2. 유산소 운동을 하라

운동은 AMPK를 활성화하여 미토콘드리아 수를 늘리고 기능을 향상하여 에너지 생산과 효율을 높인다. 운동은 산소 소모량을 늘려 미토콘드리아 활성화를 돕는다.

추천하는 운동으로는 고강도와 저강도 유산소 운동을 번갈아서 하는 방법이 있다. 심박 수를 높이고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걷거나 뛰고, 중간에 천천히 걷는 유산소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 필라테스 등도 도움이 된다.

3. 항산화제를 가까이하라

항산화제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회복하고 축적된 활성 산소를 없애준다. 휴식 다음으로 중요하다.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를 높이고 항산화제가 세포와 몸 곳곳을 다니면서 그을음을 없애고, 녹스는 것을 방지해 준다면 최적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AMPK를 활성화하여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유지하는 항산화제를 몇 개 소개한다.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과일, 견과류, 와인 등에 풍부한 천연 항산화 물질이다. AMPK를 활성화하여 에너지 대사 조절에 도움을 준다.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생합성을 촉진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카테킨(Catechin): 녹차, 초콜릿, 과일 등 다양한 식품에 함유된 폴리페놀류의 일종이다. AMPK를 활성화하여 지방산 산화 및 미토콘드리아 생합성을 증가시킨다.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

쿼세틴(Quercetin): 사과, 양파 등의 채소, 허브 등에 많이 포함된 플라보노이드이다. AMPK를 활성화하여 세포 내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고,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을 통해 세포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글=이광미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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