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의무화, 대리 수술 없앨까?”

[유희은 의료소송 ABC]

간호조무사에게 제왕절개 봉합 등 615회나 봉합 수술을 대신하게 한 병원이 있었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 1월, 그 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6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뒤, 이번엔 부산의 한 병원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대리수술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언론에 등장했다. 또 간호조무사 대리수술 정황도 10여 차례에 이른다고 한다.

[사진=KBS 캡쳐]
의료계의 대리수술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수술실 CCTV 도입 필요성이 강조되었고, 마침내 개정 의료법 시행에 따라 9월 25일부터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의료법 제38조의 2 신설 및 시행).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 요청에 따라 의료기관은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마취 시작 시점부터 환자가 수술실을 퇴실할 때까지다. 다만, 수술로 인해 환자 생명에 위험이 있거나, 천재지변, 전공의 수련 등의 목적에 저해가 우려될 경우는 거부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녹음기능은 사용할 수 없지만, 환자나 보호자는 CCTV 촬영을 요청할 때 녹음기능 사용을 별도로 요청할 수도 있다. 이때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의료기관은 촬영한 영상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기술적 조치 등을 해야 한다. 촬영한 영상정보는 원칙적으로 열람이나 사본 제공이 금지된다. 다만, 범죄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 법원이 관계기관에 요청한 경우, 환자 및 해당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등 정보 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는 예외다.

의료법(제21조 제2항)은 또 환자 진료기록을 다른 사람에게 기록 열람이나 사본 내주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외도 있다. 그런데 압수 수색 등 강제수사, 법원의 ‘문서 제출명령’ 등 18가지 사유만으로 한정했다.

이에 비해 환자 수술기록을 촬영한 영상정보의 열람이나 사본 제공은 관계기관의 ‘요청’을 예외 사유(예를 들어, 수사기관의 협조요청 공문 등)로 했다. 일반적인 진료기록의 열람 및 사본 제공금지의 예외사항과 그 기준과 다른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개정 의료법의 시행을 앞두고 CCTV를 설치하는 등 준비에 분주하다. 그런데 설치와 운영에 관한 세부 기준까지 아직 모호한 실정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개정 의료법에서는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수술실에만? 그럼 시술실에는?… 전신마취만? 그러면 수면마취는?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수술실에만 CCTV를 설치하면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전신마취 상태의 환자에게 별도로 ‘시술’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시술실과 수술실은 별개다.

또 ‘의식하 진정’, 즉 ‘수면’ 마취한 상태로 진행하는 수술도 많다. 내시경 검사 중 용종이 발견되어 시술을 이어가는 때도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촬영해야 할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다. 그래서 지난 5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에 관련 내용을 질의했다.

한동안 답이 없었다. 다시 회신기한이 5일 정도 지나서야 담당자로부터 답변이 왔다. “CCTV 설치 장소는 시술실이나 검사실이 아닌 ‘수술실’만 해당한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그렇다면 ‘의식이 없는 경우’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엔 “아직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당장 두 달 후, 9월 25일부턴 법이 시행에 들어가야 하는 데 말이다. 의료기관에 조언 해주고, 소송을 대리해야 할 변호사로서도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수술실 CCTV 촬영은 대리수술과 같은 불법적인 문제 해결과 수술 과정의 적절성 같은 법적 다툼이 있을 때 필요한 핵심 증거다. 그래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제도가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유희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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