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혈액으로 흉터없이 모낭까지 재생…조직 이식 치료 획기적 전환

UNIST 강주헌 교수팀, 혈액 이용 '3차원 인공조직 지지체’로 가공 기술 개발

미세유체기술을 통한 이식용 3차원 혈관화된 인공혈전(IVET )제작 원리 및 특성.

국내 연구진이 자가 혈액을 이용해 혈관 재생과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3차원 미세혈관조직 이식체’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만성창상을 비롯해 혈관 재생이 필요한 다양한 조직 이식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주헌 교수팀은 미세유체기술 (microfluidic system)을 통해 혈액을 ‘3차원 인공조직 지지체’로 가공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혈액은 다양한 단백질 섬유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를 활용해 조직 세포의 체외 배양과 체내 이식이 가능한 ‘지지체’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응고됐을 때 혈소판에 의한 수축으로 기계적 강도가 증가하고 혈관 분포를 활성화시키기 어려워 지지체로써 활용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마이크로 수준에서 유체의 흐름을 조절하는 미세유체칩을 활용해 혈액 섬유들이 정렬된 다발형태를 이루는 ‘인공혈전’을 만들었다. 생성된 인공혈전은 일반적인 혈전과 다르게 혈소판에 의해 수축되지 않아 인공조직 지지체, 특히 혈관 형성에 유리한 지지체로 적합한 특성을 갖게 된다.

이렇게 개발한 혈전을 지지체로 사용해 혈관 내피세포를 배양하면, 실제 인체의 혈관처럼 기능을 하는 3차원 미세혈관조직을 체외에서 제작해 몸 안에 이식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일반적인 치료로 쉽게 회복되지 않는 전층피부손상(full thickness wound)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상처는 보통 치료를 통해 또는 자연적으로 치유가 된다. 그러나 혈관을 비롯한 전층 피부 손상(Full thickness wound)이 발생한 경우, 내외부적 요인에 의해 상처가 낫지 않고 악화되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상처를 ‘만성 창상 (cutaneous wound)’이라고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화에 의한 당뇨병, 혈압, 혈관 질환 등의 증가로 인해 합병증으로 만성 창상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만성 창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습윤 환경 조성, 고압 산소 치료, 약물 치료 등 간접적인 치료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이들은 치료 효과가 미비하다. 심각한 상처의 경우, 손상된 부위에 직접적으로 피부 조직을 이식하는 방법이 적용되지만 감염 및 면역 거부 반응에 의한 이식 조직의 괴사 발생위험이 높고, 재생 후 큰 흉터를 남기게 되어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연구팀은 미세유체기술을 기반으로 혈액을 가공해 ‘이식용 3차원 혈관화된 인공혈전(IVET, Implantable Vascularized Engineered Thrombi)’을 제작했다. 이를 피부 상처에 이식해 전층피부손상 부위를 흉터없이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 쥐의 전층피부손상 부위에 인공혈전을 이식해 혈관이 재생되는 것을 관찰했다. 또 주변 혈관들과 연결됨으로써 상처 회복에 필요한 면역 세포의 이동이 원활해져 상처가 더 빨리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항생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 중 하나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 구균(MRSA)을 전층피부손상 부위에 감염시킨 상태에서 이식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감염된 실험 쥐에 자가 혈액으로 제작한 인공혈전을 이식시켜 혈관이 빠르게 회복되며 박테리아에 대응할 수 있는 단백질과 면역 세포가 상처 부위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콜라젠과 모낭이 형성돼 흉터 없이 회복될 수 있음을 추가로 검증했다.

강주헌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기존에 3차원 세포 지지체를 제작하기 위한 자가유래 생체재료를 구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실제 많은 환자들에게 활용하기 어려웠다”며 “이 기술을 통해 혈액이라는 풍부한 생체재료를 활용해 피부가 흉터 없이 모낭까지 재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또 강교수는 “앞으로 미세혈관 형성이 필요한 여러 조직재생에 활용하는 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장봉환, 권세용, 박성진 연구원과 박태은 교수가 참여했으며, 연구수행은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KFRM),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BRL)과 UNIST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와일리(Wiley)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세계적인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Advanced Materials)’ 4월 13일 자 온라인판에 공개됐고, 6월 22일자 출판된 논문의 표지 논문(Back cover)으로 선정됐다.

    김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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