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코로나 후폭풍’…남성 정자 질 뚝↓

가벼운 증상에도 정자 수·운동량·농도 등 큰 폭 감소…정상 회복 여부 미지수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려면 가능한 한 많은 정자가 난자를 향해 힘차게 헤엄쳐 나가야 한다. 코로나 감염으로  정자의 운동성과 총 정자 수가 가장 나쁜 영향을 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에 걸려 가벼운 증상을 보인 남성도 정액의 질이 뚝 떨어졌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 가뜩이나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스페인 불임클리닉 ‘UR인터내셔널그룹(UR International Group)’ 연구팀은 코로나 확진을 받고 가벼운 증상을 보인 스페인 남성 45명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인간생식학회(ESHRE)에서다.

연구팀은 2020년 2월~2022년 10월 스페인의 불임클리닉에 다니는 남성 45명을 모집했다. 모두 코로나로 확진돼 가벼운 증상을 보인 사람들이었다. 참가자의 평균(중앙값) 나이는 31세였다. 이들이 코로나에 감염되기 전에 채취된 정액 검체에 대한 분석 데이터가 있었다.

불임클리닉 이용하는 남성 대상, 코로나 감염 전후 정액의 질 비교 분석

연구팀은 참가자가 코로나에 감염된 뒤 평균 238일(17~516일)에 정액 검체를 다시 채취했다. 연구팀은 코로나 감염 후 100일 이내에 채취한 정액 검체와 100일 이후에 채취한 정액 검체를 나눠 분석했다.

연구팀의 로시오 누녜스-칼롱헤(Rocio Núñez-Calonge) 교수는 “코로나에 감염된 지 평균 100일이 지나면 새로운 정자가 충분히 생산되는데도 참가자의 정자 질과 농도가 코로나 감염 이전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UR인터내셔널그룹 과학고문인 그녀는 “새로운 정자가 생성되면 정액의 질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누녜스-칼롱헤 교수는 “정자가 새로 만들어지는 데는 약 78일이 걸리기 때문에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한 뒤 3개월 이후에 정액의 질을 평가하는 게 적절해 보였다. 참가자의 정액 질이 회복될수 있을지, 그렇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가벼운 증상을 보인 코로나 감염 남성도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의 정액량은 20%(2.5ml→2ml), 정자 농도는 26.5%(ml당 6800만→5000만), 정자 수는 37.5%((ml당 1억6000만→1억)가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자의 운동성(앞으로 움직이고 헤엄칠 수 있는 능력)은 9.1%((49%→45%), 살아있는 정자 수는 4%(80%→76%)가 각각 줄었다.

누녜스-칼롱헤 교수는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은 것은 정자의 운동성과 총 정자 수였다”고 분석했다. 생식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참가자의 약 50%는 코로나에 감염되기 전에 비해 총 정자 수가 57% 감소했다. 정자의 모양은 이렇다할 영향을 받지 않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성의 고환과 정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메커니즘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코로나 장기후유증(롱코비드) 환자에서 볼 수 있는 염증과 면역체계 손상이 이와 관련됐을 수 있다. 누녜스-칼롱헤 교수는 “염증으로 면역체계에 관여하는 백혈구의 생식세포가 파괴되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액의 질과 호르몬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 코로나19 감염 후 남성의 생식기능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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