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 점수 높으면 글 잘 읽고 잘 쓸까?

[이성주의 건강편지]

2023년 06월 26일ㆍ1578번째 편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6개월 앞두고 ‘킬러 문항’ 때문에 대입 문제에 불이 붙었습니다. 숱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고교생들이 사교육에 기대지 않고도 수능을 치를 수 있는 데에서 교육 개혁의 첫 발자국을 디디라고 지시했는데, 첫단추조차 제대로 꿰지 못한 것이 첫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수능을 앞두고 더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와 근본적인 개혁 없이 여줄가리에 매달린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른바 ‘일타 강사’에 대한 논란도 뒤따랐습니다. 근원적 비판들도 한 편 일리가 있지만, 그러면 실마리로서의 실행에 방해가 될 것도 같네요. 교육 정책 전문가들이 이번 논란을 디딤돌 삼아 수능 출제, 나아가서 교육 개혁을 잘 진행하기를 빌면서도, 가슴 한쪽에선 억누를 수 없는 궁금증이 남습니다.

첫째, 수능 국어 점수가 대학교에 입학한 뒤 우리말로 잘 읽고, 잘 쓰는 능력과 정말 관계가 있을까요?

국어교육 전문가들은 국어 시험이 다양한 국어 활용 능력을 평가한다고 말합니다. 수능에서 국어는 공통과목이 ‘독서(비문학)’와 ‘문학’이고 선택과목은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입니다. 특히 ‘킬러 문항’이 빈번했던 비문학은 많은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과 이 정보의 해석 및 활용 능력을 평가한다고 하는데, 옳은 이야기일까요? 책을 읽을 때 어떤 종류의 글은 술술술 넘길 수 있지만, 어떤 글은 한 줄에 수십 번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데…. 문학도 멋진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빼앗는 문제들이 적지 않지요. 시험문제 잘 푸는 사람이 현실의 문제는 못 푼다는 말이 국어 시험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나요?

둘째, 왜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모국어 시험을 보는 나라의 국민이 맞춤법, 어법은 엉망이고 자기 글을 쉽게 표현하는 것조차 어려워할까요?

저는 일선 기자 시절에 대학 교수들의 칼럼을 받으면서 제대로 글을 쓰는 분들이 드물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기 주장도 쉽고 바르게 못쓰는 분들이 제자들의 논술고사와 시험 채점을 한다는 현실에 아찔했습니다. 혹시 교육 전문가들이 맞춤법과 표기, 문장 작성법 등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국어 수능도 사실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이것은 문제로 만들기에 ‘폼’이 덜 나서일까요?

셋째, 왜 국어 시험의 어휘와 문장은 국어의 특징과 동떨어져 있을까요? 우리말글은 과학적이고 쉬우며 풀이말 중심으로 명쾌합니다. 좋은 우리말 문장은 숨을 쉬고, 때론 묵직하게 멈춰있지만 때로는 팔팔 뜁니다. 그런데 국어 시험에 나오는 문장들은 ‘○○적’과 ‘○○성’ 등의 한자어 용언 중심에다가 뜻도 모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국어학자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세계의 보물인 한글과 한국어로 다양한 지식을 쉽고 명확하게 하는 일에는 눈을 감고, 학생들에게 모호한 단어와 어려운 문장으로 배배꼬인 글을 빨리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라고 다그치는 것이 지금의 국어 교육 아닌지 궁금합니다.

카르텔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언정, 그야말로 공급자 중심의 교육이 도드라진 게 수능의 국어 시험 문제라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요? 한국인이 다른 사람의 글을 곡해하고, 자기 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틀린 맞춤법과 어법에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 어려운 수능 중심의 국어 교육 탓이라면 지나친 걸까요? 우리의 보물을 못살리고 망치는, 국어 교육을 어떻게 바꿀 수가 있을까요? 인도 작가 제이미 스마트킨스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보다는,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 노력하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이것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저의 질문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걸까요?

오늘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조지 마이클의 대표곡 준비했습니다. 한 백과사전에서 1963년 오늘 태어났다고 돼 있는데, 현지 시각으로 6월 25일생이네요. 비 촉촉이 내리는 월요일, 조지 마이클이 왬(Wham) 시절 발표한 ‘Careless Whisper’ 들으며 분위기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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