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뇌가 아닌 장에서 시작?

알츠하이머병 발병 직전 단계에서 장내 미생물 군집 변화 발견돼

장내 미생물이란 장에 서식하며 면역 방어부터 비타민, 항염증제, 심지어 뇌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 생산에 이르기까지 소화 및 기타 여러 신체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조 개의 박테리아 및 기타 미생물을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뇌에서 알츠하이머병 초기 생체지표가 발견된 사람들의 장내 미생물군집(마이크로바이옴)에서도 변화가 발생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된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WUSTL)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이 발견이 치매 발병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식별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검사나 치료법이 개발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 군집과 알츠하이머병을 연관 짓는 증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이란 장에 서식하며 면역 방어부터 비타민, 항염증제, 심지어 뇌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 생산에 이르기까지 소화 및 기타 여러 신체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조 개의 박테리아 및 기타 미생물을 말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장내 미생물과 심장병, 우울증,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건강 상태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특정 장내 미생물의 프로필이 실제 이러한 질병을 초래하는지 여부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다른 노인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차이는 알츠하이머병의 ‘임상 전 단계’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 단계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인자로 의심되는 아밀로이드(amyloid)와 타우(tau) 2종의 단백질이 뇌에 비정상적으로 응집돼 있지만 아직 치매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시기를 말한다.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WUSTL 의대의 보 앤세스 교수(신경학)는 “우리는 질병 초기에 장내 미생물 군집의 변화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생물군집의 변화가 실제로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뇌의 질병 과정이 장의 변화를 주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 군집 변화가 원인 인자라면 초기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프로바이오틱스나 건강한 기증자의 대변 이식을 통해 장내 미생물군을 바꾸면 알츠하이머병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미국 노스웨스턴대 파인버그의대 ‘메술람 인지신경학 및 알츠하이머병 센터’의 로버트 바사르소장은 이러한 질문을 해결하려면 수년간의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그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군집에 변화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긴 했지만 이것이 증상보다 먼저 나타난다는 사실은 몰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68세~94세 성인 164명의 대변 샘플 분석을 통해 이를 발견했다. 이들은 모두 뇌 영상 촬영과 요추천자를 통해 척수액 추출을 한 뒤 인지력(기억력 및 사고력) 테스트를 받았다. 이들의 인지능력은 모두 정상으로 조사됐지만 약 3분의 1은 뇌에 아밀로이드와 타우의 비정상적 축적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들의 장내 미생물 군집은 일반적으로 박테리아의 종류와 박테리아가 수행하는 일부 기능 측면에서 다른 참가자의 장내 미생물 군집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내 미생물이 뇌 질환과 관련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앤세스 교수와 바사르 소장은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많은 질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성 염증을 주목했다.

바사르 소장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뇌에 비정상적인 단백질 침착이 만성 염증 상태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앤세스 교수는 특정 장내 미생물은 장 내벽을 얇게 만들고 스며들 수 있는 산(酸)과 화학물질을 분비해 장 누출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장에서 나온 염증성 화학 물질이 뇌로 들어가면 뇌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실험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 군집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좋은 표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 유사 뇌 질환을 앓는 생쥐의 장내 세균을 조작하면 아밀로이드 응집(플라그)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을 위한 치료법 개발은 갈 길이 멀다. 바사르 소장은 어떤 장내 박테리아가 나쁜 박테리아인지, 어떤 박테리아가 뇌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정확히 알아내는 것을 포함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장내 세균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앤세스 교수는 밝혔다. 궁극적으로 간단한 대변검사로 질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식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바사르 소장은 마찬가지로 현재도 뇌 건강을 개선할 방법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심장에 좋은 것이 뇌에도 좋다”며 가공 식품, 붉은 육류 및 설탕을 적게 먹고 생선, 채소, 섬유질이 풍부한 곡물, 올리브 오일과 견과류 같은 좋은 지방을 많이 섭취하라고 조언했다.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도 뇌가 아밀로이드를 더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translmed.abo298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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