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질병 치료 아니라 초인 생성에 쓰이면?

[김영훈의 참의사 찐병원] 유전자 조작의 명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50~1960년대까지만 해도 오이 10포기를 심으면 7포기는 병충해나 가뭄으로 죽고, 나머지 3포기에서 잘하면 15개 정도를 수확했다. 그마저도 크기가 작았다. 지금 10포기를 심으면 크고 맛있는 오이를 50개 정도 너끈히 수확할 것이다. 품종 개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품종 개량은 쌀을 비롯해 인간이 먹는 채소 대부분과 과일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품종 개량을 다른 말로 하면 유전자 편집, 혹은 유전자 조작(Gene Manipulation)이다.

유전자 조작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전자 조작(재배합) 식품(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을 먹으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고,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임신을 못 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이유도 GMO 때문이며, GMO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거대 다국적 기업 몇 곳이 훗날 세계 식량 시장을 거머쥘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들의 주장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심정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GMO 생산을 지금 당장 중단하고 예전 품종으로 돌아간다면 전 세계는 굶주림에 시달릴 것이다.

6.25 전쟁이 일어났던 1950년대 세계 인구는 25억 명이었다. 그러나 70년 만에 3배로 뛰었다. 앞으로 30년 후인 2050년 즈음에는 100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 대부분은 저개발 국가이다. 인류는 그 100억 명을 생존시키기 위한 식량을 생산해 낼 수 있을까? GMO가 아니라면 적어도 30억 명은 늘 기아 상태에 처하게 된다. 과학자, 생물학자, 농학자들은 인간의 몸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한 GMO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마찬가지로 의학자들은 유전자 편집기술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려 한다. 현재로서는 이 기술이 매우 어렵고, 큰 비용이 들뿐더러 법적·윤리적 규제로 상용화하지 못한 상태이다.

2021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졸겐스마(Zolgensma)’라는 치료제를 첨단 바이오 의약품으로 허가했다. 이 치료제는 척수성 근위축증(SMA) 유전자 치료제이다. 주사 한 방 맞는데 27억 원 정도의 비용을 내야 한다.

여기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치료를 받을지, 받지 않을지는 전적으로 본인이 결정할 사항이다. 제3자가 돈 낭비라고 비난해서는 안 되며, 국가가 이 치료제를 불허해서도 안 된다. 생명의 권한은 오로지 그 본인에게 있다.

유전자 치료는 미래의 중요한 의학 기술 중 하나이다.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기술이 더 발달하면 시각장애인에게 시력을 회복시켜 줄 수도 있고, 언어장애인에게 말하는 능력을 되돌려 줄 수도 있다. 이는 유전자 편집으로 가능하며 매우 긍정적 효과이다. 즉 인간의 삶에 빛이 된다. 반면 디자이너 베이비를 통한 초인 아기의 탄생은 부정적 효과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즉, 그림자가 되는 것이다.

종교계와 윤리학계 등에서는 신의 섭리와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반발할 것이다. 사람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동식물에게서 나타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인류의 멸종을 야기할 수도 있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인류의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유전자 교정을 받을 수 있는 부유층과 ‘그림의 떡’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일반인의 관계는 귀족과 노예의 시대를 만들 수 있다. 초인이 되기 위한 유전자 교정은 또 사람의 다양성을 파괴할 것이다. 성형수술의 보편화로 생긴 ‘강남 미인도’를 떠올려보라. 이에 따라 모두 비슷한 사람이 되면 개성과 인격은 사라지고 그야말로 사람이 로봇 집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내 재산이 수 십억 원이고 “재산의 절반을 내면 당신의 아기를 초인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과연, 뿌리칠 수 있을까?

    김영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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