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느끼는 감각 상실… “새 치료 길 열린다”

연세대 연구팀, 미각 관장하는 '미각 수용체 세포' 재생 원리 규명

정상적인 건강 상태라면 혀에서 맛을 느끼는 역할을 하는 세포가 2주마다 재생된다. [사진=Tverdohlib/게티이미지뱅크]
맛을 구별하는 능력은 생존 수단이다. 사람은 여러 감각을 통해 동식물 정보를 받아들여 식용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미각은 이런 감각의 하나로, 독성 물질을 피하고 영양소를 섭취하는데 도움을 준다. 미각 기능을 상실하면 입맛이 떨어져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기 어려워지고 상한 음식이나 독성이 있는 음식을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져 생명을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각 기능을 잃은 사람의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맛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의 재생 원리가 규명된 것.

연세대 치대 구강생물학교실 정한성 교수, 아니쉬 아드파이카 연구원, 치의학과 조혜연 학생, BK21 창의치의학융합 교육연구단 이종민 교수 연구팀이 미각 수용체 세포의 재생 메커니즘을 밝혔다.

혀 표면의 작은 돌기인 유두에는 맛을 느끼는 미각 수용체 세포가 있다. 이 세포 50~150개가 모이면 ‘미뢰’가 형성된다. 미뢰를 통해 단맛, 쓴맛, 감칠맛, 짠맛, 신맛 등을 느끼게 된다. 각 세포의 평균 수명은 약 2주이며, 수명을 다하면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는 재생 과정이 반복된다.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와 같은 외부 요인 또는 노화에 의해 재생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미각 기능이 떨어져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미뢰 외부의 미각 줄기세포가 ‘Lgr5’라는 유전자를 발현하면 미각 수용체 세포가 재생된다.  연구팀은 미각 수용체 세포의 또 다른 재생 원리가 있을지 주목했다. 미뢰 외부 신경이 손상됐을 때도 재생이 가능한지 확인해본 것.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미각을 관장하는 설인두 신경을 절단해 미뢰를 제거한 뒤 재생되는 세포를 관찰했다. 그 결과 유두에 남아있던 미각 수용체 세포 중 일부가 재생을 위해 발달 초기 단계로 되돌아가는 역분화 현상을 보였다.

이 역분화 과정에서 K14 등 단백질이 다수 발현되며 새로운 미각 수용체 세포가 생겼다. 미각 줄기세포 외에도 미뢰 재생에 관여하는 또 다른 세포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이는 미각 장애 환자의 치료 성과를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다른 장기의 줄기세포 원리를 연구할 때도 이번 연구가 참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실험 및 분자 의학(Experimental and Molecular Medicine)》 최신 호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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