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일은 내뜻대로”…고집남의 최후는?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가부장적인 남편  

남성이기에 가정의 통치권자이고, 가정의 모든 일은 남성이 결정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특권의식은 왜곡된 가부장적인 태도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결혼의 사전적 의미는 ‘남녀가 부부 관계를 맺는 것’이다. 부부는 결혼한 남녀로 남편과 아내를 말한다. 순수한 우리말은 아내를 뜻하는 가시와 남편을 뜻하는 버시를 합쳐 가시버시다.

부부관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부부는 ▲자녀를 낳고, 의식주를 해결하는 생존을 위한 1차적 관계 ▲취미를 공유하고 휴가 가고 외식하는 일상적인 삶을 위한 2차적 관계 ▲정서적이나 성적으로 친밀한 3차적 관계의 세 가지 차원이 있다.

필자의 부부 상담 경험에 따르면 예전에는 일차적인 생활고,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부부가 이혼하거나 삶이 무료하고 권태감을 느껴서 이혼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부부 사이에 애정이 식고 친밀감이 단절돼 정서적 성적으로 멀어지면서 3차적 관계에 금이 가서 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도 많은 부부가 남편의 가부장적 태도 때문에 헤어진다. 설마 아직도 ‘간 큰 남자’가 많을까싶지만 의외로 많다. 부부관계의 고갱이는 애정과 친밀감을 바탕으로 한 정서적 결속이다. 남편의 이해와 정서적인 지지가 없으면 아내는 정서적으로 소진한다. 이 때엔 남편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심해져  이혼의 위기가 올 수 있다.

아내를 돌아앉게 만드는 가부장적 남편

▶내가 당신 집 식모야?

중장년 이후 부부 관계에 금이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남편의 가부장적 태도 탓일 것이다.

가부장제의 본뜻은 집(家)에서는 아버지(父)가 제일 높은 사람(長)인 가족 제도(制)라는 뜻이다.  확실하게는 가정 내 남성 최연장자가 집을 이끌어가는 것을 가리킨다. 옛날에 가족에서 연륜과 경험이 많고 지혜로운 남성은 식구들을 신체적, 경제적, 정서적으로 보호하고 헌신적으로 책임져왔다. 이러한 태도 때문에 식구들이 가부장인 남성을 존경하고 순종하기도 했다.

남성이기에 가정의 통치권자이고, 가정의 모든 일은 남성이 결정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특권의식은 왜곡된 가부장적인 태도다. 책임은 부족하고, 특권의식만 강조하는 남성의 태도는 다음과 같다.

– 내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체벌을 포함해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훈계하고 지도할 수 있다.
– 내 말은 우리 가정의 법이고, 아내나 자녀가 내 말을 안 들으면 불순종하고 거역하는 것이다.
– 내가 한 말에 대해서 토를 다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 나는 가정의 통치자이기에 가정의 중요한 결정은 내 허락이 없이는 안 된다.
– 아내를 포함한 가족 식구들은 집안에서 식사, 가사 분담 등에서 내게 특별 대우를 해야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특징이 있겠지만 한마디로 말한다면 가부장적인 남편은 부부와 가족 관계가 남성 중심이고 일방적인 관계다. 언론의 자유가 없고, 독재적인 방식으로 가정을 지배하고 경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남편은 자기 뜻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언어폭력, 신체 폭력, 경제적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가족 구성원에게 자신의 말을 강요한다. 최악의 경우는 자신은 일하지도 않으면서 가족 식구들이 경제 활동을 해서 남성을 섬기고 모셔야 한다고 학대하기도 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은 대부분 가부장적인 남편이었다. 그 가정폭력은 황혼 이혼의 가장 많은 사유였다. 데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여성에게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이는 남성은 여성에게 거부당하고 관계 중단이 이루어졌다.

가부장적 남편,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양성평등: 이제는 남녀평등이란 말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 말 자체에서 남자가 먼저 나오기에 이 성차별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양성평등이라고 표현하고, 양성은 본질에서 평등하고 존귀하며 소중하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한 개인이고 인간적으로 소중하고 평등한 존재다. 우리는 회사나 사회에서 성차별을 당하면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가정 내 성차별에 대해선 둔감한 경우가 많다. 가정 안 성차별도 근절해야 한다. 아들이나 딸도 평등하게 대하고 모든 상속이나 대우에서도 동등하게 해야 한다.

▶인격적 부부: 가부장적인 가치관과 반대되는 말이 인격적 부부 관계다. 부부는 근본적으로 나와 당신(I and Thou)의 목적 관계이지 나와 그것(I and It)의 수단적 관계가 아니다.  부부는 서로의 인격을 수용해 주고, 상대방 관점에서 상대방을 바라보고 상대방이 나를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한다. 상대방을 통해서 나의 욕구만 충족시키려는 수단적인 관계, 즉 남편은 아내가 음식을 해 주는 식모이고, 아내는 남편이 돈을 벌어 주는 기계라는 수단적인 관계가 되면 부부 관계는 오래갈 수가 없다. 부부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면 이러한 근본적인 부부 가치관을 스스로 점검해 보기 바란다.

▶가정에서 존경과 권위는 헌신으로 얻어지는 것: 가정에서 아버지나 어머니의 존경은 가족을 위한 구체적인 사랑과 헌신적 행동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식구들에게 존경과 순종을 강요하지 말고 사랑과 배려와 돌봄으로 상대방이 스스로 존경할 수 있도록 해서 얻는 것이 진정한 존경이고 권위이다. 남자라는 특권의식에 근거한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수정하지 않으면 아내 또는 자녀와 갈등을 일으키고, 그러한 가정은 행복할 수 없다.

▶가사 분담을 공평하게 하는 행동: 가부장적인 남편은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모든 것은 아내를 통해서 자신을 섬기고 봉사하게 한다. 배가 고프더라도 밥과 반찬이 모두 있지만 혼자서 밥을 차려 먹지 않는다. 아내는 “내가 당신의 식모냐!” “당신은 하숙생이냐!”라고 불평한다. 부부는 서로 공동 생활하는 것이기에 가정에서 가사를 서로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 밥을 하는 것도 반찬을 만드는 것도 공짜로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가사란 누가 해야 하는 일들이다. 이 과정에서 공평해야 한다는 인간의 기본적인 기대다. 남편과 자녀를 위해서 일방적 희생을 즐기는 ‘현모양처’는 없다.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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