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AI가 오진하고 의료사고 냈다면

[유희은 의료소송 ABC]

최근 미국에서 의사 면허시험과 변호사 자격시험을 ‘동시에’ 통과한 사례가 나왔다. 사람 얘기가 아니다. 챗GPT(Generated Pre-trained Transformer)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AI가 CT를 판독해서 암을 찾아내고, 병의 치료법을 제시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실 오래전부터 의료계는 AI와 유사한 기술들을 활용해왔다. 환자 혈압을 관찰해서 비정상 혈압이 감지되면 경고 알람을 울려주는 장비, 심전도를 자동 판독해주는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2019년 9월. 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게 의사는 심전도 검사를 처방했다. 심전도 자동 판독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다. 사실은 전형적인 ‘급성심근경색’을 보여주는 심전도였다. 환자는 그 병원에 입원한 지 6일이 지난 뒤에야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응급으로 관상동맥중재술을 시도했지만, 시술 중 환자에 심정지가 생겼다. 의료진은 환자를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 환자는 심부전 등으로 사망했다. 유가족은 병원과 주치의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내원 당일 심전도가 ‘전형적인’ 급성심근경색 소견을 나타냈다는 점, 그리고 진료 기록에 심전도 결과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는 점을 이유로 의사가 환자의 심전도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또 심전도에 대한 최종 판단은 의사가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계 판독은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는 원칙도 밝혔다. 환자의 심근경색 진단이 지연되었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병원은 의사 잘못을 인정한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2심) 법원의 판단 역시 1심과 같았다. 병원은 유가족에 수억 원을 배상했다(부산고등법원 2021나54043).

AI 의료 기술은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 영상 판독이나 혈액 검사 결과의 분석 등 진단을 위해 이용되기도 한다. 요즘에는 유방암을 검진하는 ‘루닛’, AI 기반 영상 판독을 하는 ‘뷰노’ 등도 나왔다. 심지어 루닛은 “의사보다 암을 더 많이 발견했다”고도 한다.

AI가 만일 진단을 잘못 내렸다면, 그땐 누구 책임일까?

현행법상 AI 의료 기술은 ‘의료 장비’에 불과하다. 사람인 의사가 AI의 활동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감독해야 한다. AI 잘못도 자신의 임무를 게을리 한 의사 책임이다.

AI 작동 오류는 또 다른 문제다.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오류가 있거나 편향된 데이터를 수집하여 잘못된 결과를 낸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지를 밝히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운 일이다.

AI도 완벽할 수 없다. 오진이나 의료 사고는 나오기 마련이다. 결국, AI 의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의사’가 없어질 수는 없다.

    유희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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