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속 ‘메시지’ 찾아…피 검사 한 번 ‘암 6종’ 조기진단

연구팀은 피 속에 풍부한 엑소좀(세포 정보교환 메신저)의 분자구조 패턴을 나타내는 라만신호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해 암 6종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고려대 구로병원]
피 검사 한 번으로 폐암, 췌장암, 위암 등 암 6종을 동시에 조기진단 가능한 기술이 나왔다. 이 기술은 초기 기수 암의 존재를 확인할 뿐 아니라 암의 종류도 식별할 수 있다.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현구 교수, 주식회사 엑소퍼트 공동연구팀은 엑소좀과 라만신호, 인공지능 분석기술을 결합해 한 번의 피 검사로 폐암, 췌장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간암을 비롯한 6종의 암을 동시에 조기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암은 초기 단계에서 발견하면 생존률이 크게 향상될 수 있지만 암종별로 검사법이 다르고 특정 암종은 조기 발견이 어렵기도 하다. 연구팀은 피 속에 풍부하게 있는 엑소좀이라는 물질에 주목하고, 암종마다 별도의 방법이 아닌 한 번의 검사로 암에 대한 정보를 얻는 기술을 선보였다.

엑소좀은 몸속 종양세포의 정보를 간직하고 있어 암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로 활용된다. 엑소좀은 우리가 대화, 문자 등으로 서로의 의견, 정보를 주고받는 것과 유사하다. 세포들이 엑소좀이라는 입자를 이용해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고, 신호를 전달한다. 세포의 종류와 질병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엑소좀을 피에서 분리한 뒤 메시지를 확인하면 질병의 여부를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연구팀은 피에서 엑소좀을 분리해 표면 증강 라만분광법(Surface-enhanced Raman spectroscopy) 바이오센싱 기술을 통해 엑소좀의 분자구조 패턴을 대변할 수 있는 2만개 이상의 라만신호 데이터를 얻었다. 표면 증강 라만분광법은 빛이 물질을 통과할 때 나타나는 스펙트럼으로 매우 작은 크기의 분석물질을 관찰하고 화학적 구성 등을 밝히는 기법이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6종의 암을 동시에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현했다. 알고리즘 학습에 이용하지 않은 520명의 정상인 및 암환자의 엑소좀 정보도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폐암, 췌장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간암에 대해서 97%의 정확도로 암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었으며, 90%의 민감도(감염자를 감염됐다고 양성으로 판정하는 비율)와 94%의 특이도(비감염자를 감염되지 않았다고 음성으로 판정하는 비율)를 달성했다. 이 기술은 암의 존재뿐만 아니라 평균 90% 이상의 정확도로 암종의 종류(Tissue of origin)까지 식별해낼 수 있었다.

특히 2기 이하의 초기 기수에서도 88%의 암 진단 민감도를 나타냈으며 76%의 환자에서 암종 정보를 정확히 판별해내 암 조기진단을 위한 액체생검(피와 같은 체액에 존재하는 물질을 체외에서 검출하는 방식) 기술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최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최근 암 진단 분야의 화두인 ‘다중암 조기발견(MCED)’이 가능할 수 있다”며 “아직 암이 발견되지 않은 초기 암 환자를 더 빨리 치료 단계로 유도해 사망률 뿐 아니라 암 관리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연구는 소량의 혈액에서 분리한 엑소좀이라는 물질을 분석해 다양한 암종 및 초기 암을 높은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다”며 “고비용의 방사선 영상 진단 방법과 비교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초기 암 진단을 통한 최적의 치료로 환자의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함과 함께 실제 진단검사 영역에서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개발 및 인허가 절차에 착수하고 있다.

기술개발과 함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주식회사 엑소퍼트는 올해말 폐암 진단용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대한 식약처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번 다중암 동시조기진단에 대한 기술도 상용화하고자 힘쓰고 있다.

기술을 개발한 엑소퍼트 신현구 박사는 “암종마다 추가적인 검출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종류의 암으로 진단 표적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엑소좀 분리용 시약부터 라만신호 검출용 의료장비까지 핵심기술에 대한 의료기기 신고를 완료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로 실제 진단검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7.7)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Single test-based early diagnosis of multiple cancer types using Exosome-SERS-AI.

    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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