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비급여 진료비 공개’ 합헌… 의료계는 ‘또’ 반발

헌재서도 시각 갈려... 의료계 "정부가 중단" 요구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헌법재판소가 비급여 진료비용과 내역 보고를 의무화한 개정 의료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하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비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개인의 의료정보를 국가가 침해한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헌재는 23일 의료법의 비급여 진료 보고 의무 조항(의료법 제45조의2 제1, 2항)에 대해 헙법소원 심판에서 합헌 판단했다. 헌법의 법률유보원칙과 포괄위임금지원칙,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전체 9명의 재판관 중 5명(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이 합헌, 4명(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은 위헌 의견을 냈다.

◆합헌 의견 “본질 규정·세부 내역 위임이 편의성↑… 개인정보 남용 우려↓”

소송단은 2021년 의료업 종사자의 직업 수행 자유와 의료소비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이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의무 보고 조항이 세부 내역이나 범위를 특정하지 않고 지나치게 포괄적이란 점을 문제 삼았다.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 등이 소송단이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비급여 진료내역과 진료비 항목과 기준, 금액 등의 본질적인 보고 사항은 법률로 규정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비급여 진료의 유형과 종류, 숫자가 매우 다양하기에 세부 보고 사항을 상위법령이 특정하지 않고 위임하는 것이 적절할 뿐 아니라 실제 의료인·기관의 업무부담도 경감한다고 봤다.

의료정보와 개인정보 침해 우려(과잉금지원칙)에 대해선 △법률이 정한 본질적인 보고 사항엔 환자 개인의 신상정보가 포함하지 않고 △이미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의무 보고한 정보를 필요한 목적과 용도에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것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헌 의견 “진료정보 국가 통제권↑·제어장치無… 의료질↓·저가 경쟁 우려”

위헌 의견에선 해당 법률 조항으로 국가가 국민의 진료정보를 통제할 권한을 얻은 반면, 이를 제어하거나 통제할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봤다. 보고 내역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데다, 환자에겐 개인정보 제공 여부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아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는 시각이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중심으로 마련된 법제가 의료기관 사이의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인력·시설·장비 등 비급여 진료비용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가 보고의무 내역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의료질을 낮춘 저가·불필요 과잉 진료가 성행할 수 있단 시각이다.

◆ 의료계 “비급여 통제 의도… 제도 시행 중단해야”

소송단인 서울시의사회는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헌재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정부가 이번 판단과는 별개로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제도를 중단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제도 시행 목적이 아무리 정당해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잉 제한으로 방법의 적절성과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면에서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사실은 여전하다”면서 “비급여 공개로 저가·저질 진료가 범람하면 환자와 국민이 입을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의사협회도 성명을 내고 “비급여 진료비 보고 제도로 인한 (의협) 회원들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해당 제도가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의 보장을 취지로 한다면 보고·공개 대상은 항목과 금액만으로 충분하다”면서 “환자의 성별이나 생년 등 사적인 기본정보와 질병, 치료내역, 복용약 등의 진료정보까지 포함한 것은 제도 시행의 목적을 넘어 비급여(진료)를 통제하고 국민의 진료정보를 집적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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