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6.4 여진 안타키아로 또 돌아간 그린닥터스

대규모 사상자 발생 소식에 서둘러 일정 변경…100여명 진료

[사진=그린닥터스]
큰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로 지난 17일 긴급봉사단을 꾸려 달려갔던 부산 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Green Doctors) 정근 단장이 현지의 긴급한 상황과 함께 현장 봉사활동 소식을 전해왔다. 코메디닷컴은 정 단장이 전해온 안타까운 현지 상황을 소개한다. « 편집자주»

튀르키예 지진 봉사 나흘째. 규모 6.4의 강진이 튀르키예를 또 덮쳤다. 사상자들이 더 생겼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여진까지 겹쳐 폐허처럼 변해버린 안타키아 소식을 알게 됐다.

애초에 우린 이재민들이 대규모로 피신해 있는 메르신 난민 캠프에서 봉사를 하려 했다. 하지만 돌아가야 한다 생각했다.

봉사지 변경에 일부 대원이 반대했다. 난감하면서도 충분히 이해됐다. 전날 강력한 여진 공포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신변 안전보장을 할 수 없는 상황. 이미 본 지진에다 여진까지 겹쳐 안타키아에서의 우리 봉사단 역할이 없지 않겠느냐는 현실론이기도 했다.

단장인 나는 함께 온 임영문 목사(그린닥터스 이사, 부산 평화교회 담임목사)와 함께 대원들을 설득했다.

“지금 안타키아에서는 우리 봉사단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 무너진 교회에서 진료할 때 만났던 이재민들이 안전한지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설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현재 가장 힘들어할 이재민들을 외면할 순 없지 않습니까.”

결국 봉사단(16명) 중에서 다른 곳에 구호 물품을 전달할 2명을 제외한 14명 모두 안타키아로 향했다. 봉사단 베이스캠프를 차린 아다나에선 안타키아로 돌아가자면 버스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뜻밖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잇따른 여진 속보에 30대 중반 튀르키예 버스 기사가 거부하고 나선 거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버스 운행을 할 수 없다고 버텼다.

“한나절 정도로 진료를 단축하고, 가는 도중 도로가 막히면 곧바로 되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서야 버스 기사는 안타키아행에 동의했다.

-큰 암석 이재민캠프 입구까지 굴러 떨어져 아찔

규모 6.4의 여진으로 안타키아(안디옥)는 참혹했다. 모든 게 무너진 상태였다. 반듯하게 서 있는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진 현장의 이재민캠프가 있는 베드로 동굴 밑에 도착하니, 산 위의 거대한 암석이 굴러 떨어져 이재민촌 입구에 위태롭게 멈춰져 있었다. 아찔했다. 조금만 더 굴렀더라면 꼼짝없이 바위가 이재민캠프를 덮쳤을 것으로 생각하니 소름 돋았다.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설치된 이재민캠프여서, 튀르키예 사람들뿐만 아니라 시리아 이재민들도 많았다.

그린닥터스로서는 이미 지난 주일 이틀째 봉사활동을 벌였던 터라 안타키아 주변이 낯설지는 않았다. 일요일엔 멀쩡했던 산 중턱 집들이 여진으로 바위와 흙더미에 매몰돼 있었다.

도착 즉시 이재민들 도움으로 책상 2개, 의자 3개만으로 신속하게 임시진료실을 차렸다. 우리 봉사단 도착 소식을 들은 이재민들이 몰려왔다.

나(안과)와 함께 오무영 과장(소아청소년과), 김석권 과장(성형외과), 박무열 과장(외과) 등 의사 4명이 진료에 참여했다. 주로 감기와 피부질환, 타박상 등 외상환자들이 많았다.

두세 시간 일정으로 차린 진료소여서 의사들이 100여 명 환자를 돌보느라 바삐 움직였다. 의사들의 진료 속도에 맞추려고 임영문 목사와 주명희 간호팀장(온종합병원)까지도 눈코 뜰 새 없었다.

또 소방공무원 출신 최찬일 그린닥터스 이사가 응급구조 치료를, 그린닥터스 박명순 사무부총장과 온종합병원 총무팀 정명규 주임, 취재차 동행한 최혁규 기자(국제신문)까지 나서서 환자 접수 등 임시진료소 활동에 힘을 보탰다.

-열악한 임시 진료소에서도 100여명 이재민 치료

무엇보다도 긴급한 상황에서 차려진 허름한 진료소였는데도, 진료활동을 차질 없이 진행하게 된 데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모 목사, 이 모 선교사의 원활한 통역 뒷받침이 컸다.

봉사단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 다윗과 같은 용기로 재난지역 지원에 나섰고, 프로페셔널하게 야전병원(?)을 신속하게 차려서 이재민들에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함께 한 모든 대원들이 그지없이 고마웠다.

처음엔 안타키아로 가지 않으려 했던 버스기사도 자기나라 사람들이 치료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기를 잘했다”며 연신 우리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정신 차리고 보니 우린 다들 점심도 거른 채였다. 하지만 파김치가 되도록 뛰어다니면서도 모두 가슴은 뿌듯했다.

튀르키예 아다나에서 정근 그린닥터스 단장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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