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 예방약 먹어볼까?!

'날트렉손', 음주 1시간 전 복용 시 효과... 알코올 중독 예방도 기대

 술 마시기 전 날트렉손이라는 알약을 복용하면 술을 덜 마시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일 아침 과음을 후회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희소식이다. 술 마시기 전에 ‘날트렉손’이란 알약을 먹으면 술을 덜 마시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정신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정부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음주자의 거의 절반이 한 달 전 폭음(남성의 경우 한 번에 4잔 이상, 여성의 경우 3잔 이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폭음 습관이 널리 퍼져 있고 폭음자 중 알코올 의존 비율은 낮아 폭음을 무해한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폭음은 알코올 관련 질병 및 부상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간주되며 알코올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에서 알코올 관련 사망자가 연간 14만 명이 넘는다.

연구진은 알코올 의존도가 심하진 않지만 폭음을 덜 하고 싶은 남성 120명을 대상으로 알코올에 대한 갈망이 느껴지거나 과음이 예상될 때마다 날트렉손(naltrexone)을 복용하도록 했다.

날트렉손은 거의 30년 전 알코올 의존증 치료제로 승인된 알약이다. 엔도르핀을 차단해 중독의 행복감을 줄어들게 한다. 알코올 장애 환자 치료용으로 처방된다. 이런 환자는 매일 복용하도록 처방된다. 수십 년 전 연구에서도 필요시 복용의 효과가 입증됐지만 새로운 연구에선 음주 예정 시간 1시간 전에 약을 복용하도록 권고했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절반은 날트렉손을, 나머지 절반은 위약을 복용케 했다. 참가자는 물론 연구진도 누가 두 그룹에 속하는지 모르는 이중맹검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는 매주 알코올 사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상담도 받았다.

12주간의 연구가 끝날 무렵 날트렉손 복용 그룹은 위약 복용 그룹보다 폭음 횟수가 줄고 알코올 섭취량이 감소했다. 또 이러한 변화가 최대 6개월 동안 지속됐다고 보고했다. 날트렉손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이지만 일반적으론 경미한 수준이었고 사람들이 약에 적응하면서 저절로 해소됐다.

논문의 제1저자인 UCSF의 글렌 밀로 산토스 교수는 모든 사람에게 효험이 있다고 단정할 순 없기에 의사의 상담을 받아 처방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날트렉손을 매일 복용하기보다 필요시에만 복용하는 것은 도파민 수치를 중간에 회복시켜주기에 좀 더 견디기 쉽게 해줄 수 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사람들이 자신의 치료를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유럽의약청(EMA)은 2013년 이런 표적치료를 위해 날트렉손보다 효과가 2배 강한 ‘날메펜(nalmefene)’의 판매를 승인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로렌조 레지오 박사는 알코올 치료법이 전통적으로 중증 중독자를 위해 고안된 반면, 이번 연구는 경증 또는 중등도의 알코올 장애를 대상으로 하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NIH 관계자는 당뇨병 분야에서 당뇨 전 단계를 설정해 치료효과를 개선한 것처럼 알코올의존증 조기 치료를 위해 ‘중독 전 단계’를 새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폭음 경향성이 강한 동성애 및 트랜스젠더 남성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폭음자 전체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거의 모든 사람은 대학 교육을 받았으며 정기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알코올 장애를 치료하는 데 있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접근 방식은 없다는 데 동의한다. 동시에 날트렉손과 기타 승인된 약물의 사용률이 현저히 낮다는 데도 동의한다. 날트렉손의 표적복용의 초기 시험을 주도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헨리 크랜즐러 교수(정신과)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를 예측하고 미리 예방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날트렉손의 틈새시장이 열렸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정작 이 약의 효능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 뉴멕시코대의 알코올‧약물 중독 센터 소장인 케이티 위트키위츠 교수는 날트렉손에 대해 모르는 의사들이 태반이며 안다고 해도 알코올 중독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다고 잘못 아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해당 약물의 특허가 만료돼 값싼 복제약이 출시되면서 원 제조업체가 더 이상 광고를 하지 않은 것도 그 원인의 하나라는 설명이다.

2019년 알코올 및 약물 사용에 관한 미국 정부의 보건 조사에서 알코올 사용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 10명 중 1명 미만이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약물치료를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2% 미만이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ajp.psychiatryonline.org/doi/epdf/10.1176/appi.ajp.20220335)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알코올 중독 치료제 ‘날트렉손’ [사진=약학정보원]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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