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의 디에고 디엘 교수(바이러스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2020년에 이어 2021년 9~12월 뉴욕주에서 사냥꾼에게 사살된 흰꼬리사슴 사체에서 수집한 약 5500개의 조직 샘플을 분석했다.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인 비율이 2020년 0.6%였으나 2021년 21%로 증가했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2021년 9~12월 델타 변이가 한창 유행할 때 사슴에게선 델타뿐만 아니라 알파와 감마 변이도 발견됐다. 알파와 감마 변이는 당시 뉴욕주 시골 지역 사람들에게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연구진은 사슴에게서 발견한 바이러스 샘플의 게놈 서열을 인간 몸에 있던 바이러스와 비교했다. 사슴 몸속에 있던 세 가지 변이 모두 인간 몸속에 있던 바이러스와 구별되는 새로운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특히 델타 변이보다 알파와 감마 변이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인간 체내 바이러스보다 크게 달라져 있었다.
이는 알파와 감마가 사람에게서 사슴으로 전파된 뒤 몇 달 동안 사슴들 사이에서 순환하며 새롭게 진화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사슴이 유행이 지나간 코로나바이러스의 저장고가 될 수 있고 인간 개체군으로 다시 유출될 수 있는 미래 변이의 잠재적인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밝혔다. 디엘 교수는 “사슴은 북미 지역의 숫자가 많은 야생동물 개체군으로 인간과 지속적이며 밀접한 접촉이 이뤄지는 동물”이라고 덧붙였다.
논문을 검토한 펜실베이니아주립대(PSU)의 수레시 쿠치푸디 교수(수의학)는 “사슴이 사람들에게 다시 퍼질 수 있는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의 원천이 될 수 있다”면서 “이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에게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종전 연구는 사람이 사슴에게 먹이를 주거나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통해 사슴에게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것으로 추론했으며 사슴들 간의 전파도 가능하다고 봤다. 감염된 사슴이 인간에게 미치는 위험 정도는 불분명하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사슴과 접촉한 사람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 과학자들은 사냥꾼이나 사슴을 자주 접촉하는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pnas.org/doi/10.1073/pnas.2215067120)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