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가렵고, 무릎이 쑤시면…유전성 혈색소증?

몸에 철분 과다로 발생..조기 발견 힘들어

유전성 혈색소증은 몸 전체 조직에 철분이 쌓여 발생하는 유전적 질환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얼굴이 회색 빛을 띠고 피부가 가렵고 피곤하거나 관절이 쑤시고 아프다. 피부과나 정형외과를 찾아도 낫지 않으면 무슨 병일까. 유전성 혈색소증(hereditary hemochromatosis : HH)인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유전성 혈색소증은 몸 전체 조직에 철분이 쌓여 발생하는 유전적 질환이다. 철분이 몸에 많이 흡수되면 간, 심장, 피부, 췌장, 관절, 고환 등에 과잉 저장되어 병이 생긴다. 이 병은 북유럽 계 사람 약 300명 중 1명 꼴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여성은 생리 중 철분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미국의사협회(JAMA)가 최근 이 병의 증상과 원인, 치료법 등을 소개했다. JAMA와 서울아산병원의 자료에 따르면 HH는 일반적 증상이 다른 질환과 비슷해 조기 진단이 어렵다. 철분이 서서히 쌓이기 때문에 명확한 증상은 30~40대까지 나타나지 않는다.

초기 증상으로는 만성 피로, 체중 감소, 복부 팽만 및 통증, 관절통, 요통, 가려움증 등이 있다. 남성의 경우 고환이 위축되기도 하며 여성은 성욕이 감퇴하기도 한다. 간경변이 있기 전에 치료하면 정상인과 같은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HH 환자는 철의 사용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헵시딘의 생산이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형을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 결손된 유전자에 의해 불필요한 철분을 제거하는 기능에 문제가 발생해 간, 심장, 췌장, 관절,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더라도 90% 가량이 아무런 증상없이 지내기도 한다.

유전성 혈색소증 환자의 약 25%가 간 기능이 떨어진다.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의 최대 9%가 말기 간질환(간경변)을 앓게 되고 간암(간세포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HH 환자의 약 1~3%가 심장 질환(심근증)을 일으키며 심장 박동 이상, 심부전 또는 둘 다로 이어질 수 있다. 췌장, 뇌하수체, 관절에 철분이 축적되면 당뇨병, 성호르몬(저선증) 생성 감소, 관절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유전성 혈색소증은 혈액 검사를 통해 철분 과다, 혈청 트랜스페린 포화도(TSAT) 상승, 페리틴 수치 증가 등을 기준으로 진단된다.  마지막으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진된다.

이 병의 치료는 매주 1, 2차례 정맥 절개술(phlebotomy)을 통해 혈액을 제거해 과다한 철분을 점차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철분 축적 정도에 따라 1~2년 정도 치료한 뒤 철분 재축적을 예방하기 위해 1년에 3~4차례 정맥 절개술을 시행한다.

이 밖에도 당뇨, 심장 질환, 관절염 등과 같은 합병증을 관리하고, 식이요법으로 철분 흡수를 늘리는 음식이나 철분이 많이 든 음식을 피하는 저철분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 간경화가 진행된 경우에는 간 이식을 하지만, 간 이식 후에도 정맥 절개술 등의 치료를 지속하지 않을 경우에는 예후가 불량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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