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음 헛되지 않게 공장식 수술 멈춰달라”

[오늘의 인물]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가진 권대희사건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에서 살인죄 처벌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어머니가 수술실 CCTV를 수집해 수술 관계자들의 행적을 분초 단위로 세밀하게 확인해 진실을 밝히려는 수년 간의 처절하고도 고난한 행적들이 느껴진다. 이런 어머니가 처벌 의사를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다.”

12일 대법원은 ‘공장식 성형수술’을 하며 과다출혈 환자를 방치해 숨지게 한 ‘권대희 사망사건’의 주범인 성형외과 원장에게 징역 3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2심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며 피해자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심정을 언급했다.

어머니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는 어금니를 악물고, 입을 앙다물고 눈물을 참았지만, 재판이 끝나고 법원을 나오며 결국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말았다.

이 대표는 2016년 9월 대구 집에 있다가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부터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서울에서 잘 공부하고 있을 줄 알았던 아들이 의식을 잃은 채 중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콤플렉스였던 사각턱을 교정하러 성형외과 의원에서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로 대학병원에 실려왔다는 것. 가족이 49일 동안 기도했지만 아들은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유족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성형외과에 따졌지만 병원 측은 “법대로 하라”는 태도였다. 그러다가 어렵사리 구한 CCTV를 보다가 경악했고 피눈물이 쏟아졌다. 집도의는 뼈만 절개하고 다른 수술실로 나갔고, 인턴도 안 거친 의학전문대학원 출신의 신참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수술을 이어받았다. 나중에 그것이 ‘분업식 공장형 수술’인 것을 알았다. 아들의 얼굴에서 출혈이 계속돼 바닥이 흥건했지만 간호조무사가 대걸레로 닦을 뿐, 아무 조치도 없었다. 치사량의 출혈이 방치되며 모든 의료진이 돈벌이에만 집중했던 것.

의료진은 과실일뿐, 중대한 잘못은 아니라고 버텼다. 의료진을 고발하고 경찰조사를 받을 때 수사관도 분개했지만 수사가 진척이 안됐다. 검사와 의사가 지인이라는 소문에 가슴이 타들어갔다. 우리나라 ‘상류층 카르텔’의 짬짜미가 인간본성을 무시하는 것을 몸으로 겪으며 이 대표는 거리의 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6년 동안 국회와 법원을 오가며 1인시위를 벌였으며 자신과 동병상련 처지에 있는 피해자들과 뜻을 모아 의료정의실천연대를 만들었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핵심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재판 뒤 기자회견에서 “소송을 하며 의견서와 탄원서를 90여 차례 제출하고 1인 시위를 416일 하며 거리의 투사가 됐다”면서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유령 대리수술과 공장 수술을 멈춰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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