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은 쉬는 날에도.. 호수에 빠진 10대 2명 구했다

온몸으로 학생 감싸 얼음 물에서 저체온증 막아

전주덕진소방서 구조대원들이 세병호에 빠진 중학생을 구조하는 모습. [사진=전주덕진소방서]

모처럼 쉬는 날 운동 삼아 공원을 산책하던 소방관이 얼음이 깨진 호수에 빠져 생명이 위태롭던 중학생 2명을 구했다.

전북 장수소방서 김형학(42) 소방위는 비번이던 30일 오후 3시 40분쯤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세병공원을 거닐다 중학생 2명(14세)이 호수에 빠진 것을 목격했다. 이들은 강추위에 얼어붙은 세병호 빙판 위를 걷다가 얼음이 녹은 곳을 지나면서 물에 빠졌다.

김형학 소방위는 지체 없이 혼자서 구조 작업에 나섰고 마침 근처에 있던 구명환을 던져 중학생 1명을 구조했다. 하지만 남은 한 학생을 구하려던 김 소방위도 호수에 빠지고 말았다. 그가 딛고 섰던 빙판이 깨졌기 때문이다.

구조 전문가인 그는 혼자서 탈출은 가능했지만 남은 학생의 안전을 더 걱정했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구명환에 의지해 차가운 얼음 물 속에서 학생을 붙잡고 버텼다. 학생이 강추위에 저체온증에 걸릴까봐 그는 몸을 밀착시켰다. 당시 전주의 낮 최저 기온은 영하 3도였다.

마침내 긴급 출동한 전주 덕진소방서 119구조대원들이 김 소방위와 중학생을 건져냈다. 물 밖으로 나온 두 중학생은 저체온증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학생들은 저체온증 외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방위는 얼음에 찔려 오른쪽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지만 그 외 별다른 증세가 없어 입원은 하지 않았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구조대가 학생 1명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구명환과 로프 등을 이용해 물 밖으로 꺼내려 했으나 주변 얼음이 계속 깨져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형학 소방위는 “소방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다른 소방관도 그 상황이었다면 곧바로 구조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생을 구조한 장수소방서 김형학(42) 소방위. [사진=전북소방본부]
◆ 위험한 저체온증… 합병증 생기면 생명 위협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37.0℃이지만 차가운 물에 빠지거나 장시간 추위에 노출될 경우 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저체온증은 3단계로 구분하여 32℃~35℃는 가벼운 저체온증, 28℃~32℃는 중증, 28℃ 미만은 매우 위험하다.

저체온증 환자를 발견하면 먼저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젖은 옷은 제거하고 담요로 몸을 감싸줘야 한다. 환자의 심근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므로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의 움직임을 최소화하여 이동해야 한다. 저체온증 환자는 탈수가 심하고 혈액이 끈끈해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수분을 공급해야 한다. 의식이 있으면 따뜻한 음료와 당분, 의식이 없으면 호흡-맥박 체크를 하고 필요할 경우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수액을 공급한다.

저체온증은 갑상선 기능 저하증, 부신 기능 저하증,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 저혈당증 등의 질환이 있어도 발생할 수 있다. 수면제 등의 약물 과다 복용,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에도 저체온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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