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수 절반으로 줄어”…인류 생식 위기 직면

정자 농도 40년 만에 절반으로 떨어지고 2000년 이후 감소세 가속화

1973년과 2018년 사이에 정자의 평균 농도가 ml당 1억120만 마리에서 4900만 마리로 떨어져 51.6%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인류의 정자수가 40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빨리 취해지지 않으면 인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15일(현지시간)《인간 생식 업데이트(Human Reproduction Update)》에 발표된 다국적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자신들의 생식능력을 알지 못하는 남성의 153개 측정치를 바탕으로 1973년과 2018년 사이에 정자의 평균 농도가 ml당 1억120만 마리에서 4900만 마리로 떨어져 51.6% 줄었다고 추정했다. 같은 기간 총 정자 수는 6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17년에도 지난 40년간 남성의 정자농도가 절반 이상 감소했음을 보고했다. 당시 연구결과는 유럽, 북미, 호주 지역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번 연구는 다른 대륙을 포함해 53개국의 최근 데이터를 활용했다.

정자 농도의 감소는 서구 뿐만 아니라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에서도 나타났다. 그 감소율이 점차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72년 이후 모든 대륙에서 정자의 농도가 매년 1.16%씩 감소했다. 2000년 이후 수집된 데이터만 보면 연 2.64%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제1저자인 이스라엘 히브리대의 하가이 레비 교수는 “지구에 뭔가 문제가 생겼고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에 도달하기 전에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말했다. 종전 연구는 정자 농도가 ml당 약 4000만 마리 이하로 떨어지면 생식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봤다. 이번에 추정된 수치(4900만 마리)는 그 임계치를 상회한다. 레빈 교수는 임계치 미만의 남성도 많다는 걸 지적하며 “번식 능력의 감소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나이와 남성이 사정없이 지낸 기간 등의 요인을 고려하고 불임으로 알려진 남성은 제외했지만 정자의 질을 나타내는 다른 지표를 조사하지 않는 등 한계가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셰필드대의 앨런 페이시 교수(남성의학)는 분석 결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정자 수를 정확히 계측하는 것은 기술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레빈 교수는이런 우려를 일축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감소가 더 뚜렷해 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추세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한 가지 가설은 내분비를 방해하는 화학물질이나 다른 환경적 요인이 자궁 안의 태아에게 영향을 끼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흡연, 음주, 비만, 나쁜 식단과 같은 요소들도 작용할 수 있으며 건강한 생활 방식이 정자 수를 증가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남덴마크대의 티나 콜드 옌센 교수는 새로운 연구가 우려되는 추세를 요약해냈다고 밝혔다. 그는 “수많은 연구에서 계속해서 같은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영국 에든버러대의 리차드 샤프 교수(남성의학)는 이번 연구결과가 전세계적 출산율 감소를 설명해준다면서 “이런 문제는 단순히 아이를 가지려는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년층을 부양할 젊은이의 감소를 의미하기에 향후 50여 년 동안 세계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academic.oup.com/humupd/advance-article/doi/10.1093/humupd/dmac035/6824414?searchresult=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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