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도 밤에 잠을 자나요?

눈 움직임, 다리 경련 등 렘수면 패턴 보여

풀 위에 있는 깡충거미
사람처럼 수면주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깡충거미의 모습. [사진=Darkdiamond67/게티이미지뱅크]
여름휴가로 떠난 시골집에서 커다란 거미를 발견한 A씨. 거미공포증이 있어 잡기를 망설이던 중 거미가 사라졌다. A씨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불을 껐지만 거미가 침대로 기어오를까봐 밤새 잠을 설쳤다.

A씨가 밤새 뒤척이는 동안 거미는 무엇을 했을까? 이번 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A씨에겐 억울하겠지만 거미는 잠을 잤을 가능성이 있다.

독일 콘스탄츠대 연구팀은 밤에 거미가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기 위해 깡충거미를 대상으로 카메라 촬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거미는 밤새 잠을 잔다고 해석할 수 있는 행동 패턴을 보였다. 주기적으로 거미의 다리에서 경련이 일어났고 눈이 부분적으로 실룩거리는 특징을 보인 것.

연구팀은 이를 ‘렘(REM)수면과 같은 상태’라고 정의했다. 사람은 렘수면 단계에서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고 두뇌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이 시점 일반적으로 꿈을 꾼다고 보면 된다.

선행 연구들에 의하면 조류, 포유류 등에서도 렘수면이 관찰된다. 반면, 거미와 같은 작은 생물을 대상으로는 수면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독일 진화생물학자들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 있는 거미들이 밤에 거미줄에 매달려있는 모습을 보고 거미와 수면 연구에 대한 호기심을 느꼈다. 이 작은 생물도 밤에 잠을 자는지 궁금했던 것.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거미도 개나 고양이가 밤새 실룩대는 것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며, 심지어 인간의 수면패턴과도 비슷한 규칙적인 수면주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깡충거미와 유사한 다른 종들은 움직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면주기에 대한 관찰이 쉽지 않다. 반면, 깡충거미는 사냥을 할 때 망막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포식자이기 때문에 눈의 움직임을 관찰하기에 좋다. 특히 깡충거미 새끼는 투명한 바깥층을 가지고 있어 신체변화를 관찰하기에 더욱 용이하다.

연구팀은 거미들이 실제로 렘수면을 경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밤새 수면주기와 비슷한 주기적인 패턴을 보이는 모습이 관찰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잠을 자는 건지, 렘수면 단계를 거치는 건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 깡충거미는 진화적인 관점에서 인간과 거리가 매우 먼 생물이다. 연구팀은 사람과 유사한 수면패턴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상상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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