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두창, 공기 전파? “공포 조성 말아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스1]
원숭이 두창이 풍토병이 아닌 나라에서 발생한 사례는 지금까지 최소 1260건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던 국가에서도 새로운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8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41세 남성의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감염자가 계속 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발병을 막을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확산을 억제하지 못하면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가 낮은 수준에서 지역사회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원숭이 두창이 풍토병으로 자리한 아프리카 이외의 국가에 정착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WHO 등은 감염 사례들을 계속 수집하고 확산 경로 등을 파악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와파 엘사드르 교수는 ABC뉴스를 통해 “원숭이 두창 감염자가 계속 늘어나는 나라들에서는 확실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국가들까지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원숭이 두창은 ▲코로나19와 확연하게 다른 ‘확산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고 ▲코로나19는 RNA 바이러스인 만큼 변이가 잘 일어나지만 원숭이 두창은 DNA 바이러스로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으며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볼 때 공기 전파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원숭이 두창이 공기 중으로 전파될 수 있다고 보도했지만 대다수 전문가 의견은 이와 다르다. 전문가들은 원숭이 두창 자체가 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강한 감염병이 아닌데다,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은 있다 해도 지극히 낮다는 점에서 마치 코로나19처럼 공기 중 쉽게 확산되는 바이러스라는 공포감을 조성해선 안 된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공기 전파 의심 사례도 단정적으로 공기 중 확산돼 감염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 원숭이 두창은 사물을 통한 전파 등도 가능하기 때문에 공기가 아닌 다른 경로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결국 원숭이 두창이 공기 전파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감염 사례들과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봤을 때는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원숭이 두창 확산은 성 접촉 등 감염자와의 밀접 접촉에서 감염이 확산됐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예일대 의대 스코트 로버츠 교수는 “엘리베이터에서 감염자와 잠깐 함께 머문다고 걸리는 그런 감염병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리노이대 마크 드워킨 교수 역시 “이번 원숭이 두창 확산은 억제 가능한 발병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3년 설치류인 프레리도그와의 접촉으로 6개 주에서 4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었다. 당시 미국은 백신 사용 없이 접촉자 추적과 격리만으로 상황을 잘 통제한 성공 경험이 있다.

원숭이 두창은 코로나19에 비해 잠복기가 긴 특징이 있어, 당분간은 감염자가 지속적으로 더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전문가들도 이미 예측하고 있는 부분으로,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과도한 우려를 표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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