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프면 누가 간병하나.. 아직 젊은데 요양병원?

[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등산하다 넘어져 고관절이 골절된 A씨(여·53세)는 거동이 힘들다. 골반과 대퇴골을 연결하는 부위가 부러져 혼자서는 화장실조차 못 간다. 최소 3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간병할 사람이 필요한데 여의찮다. 남편이나 자녀들은 직장, 학업으로 바빠 도와줄 시간이 없다. 간병인을 쓰고 싶어도 간병비(하루 12만~15만원)가 크게 올라 엄두를 못 낸다.

◆ 교통사고 젊은이, 혈관질환 중년… 누구나 ‘간병’이 필요한 시대

병들거나 다친 사람을 곁에서 보살피는 ‘간병’은 노인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젊은 사람이나 혈관 질환을 겪는 40~50대도 간병인이 필요할 수 있다. 뇌졸중(뇌경색·뇌출혈) 후유증으로 한 쪽 몸이 마비되면 시중들 사람이 있어야 한다. 40~50대에 요양병원·시설에 입원하는 사람은 뇌졸중(중풍) 환자가 많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다치거나 아프면 간병비 부담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직장을 휴직하거나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간병과 일을 병행하면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진다. 삶의 질을 망가뜨리는 무서운 병이 바로 뇌졸중이다.

◆ 입원하면 가족 얼굴도 못 보는 이 ‘비극’ 언제까지…

요즘은 종합병원에 입원하면 가족이라도 서로 얼굴 보기가 어렵다. 병실에 상주하는 보호자 1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의 면회는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도 안 된다. 임종을 앞둔 위급 상황이나 중환자실, 보호자가 없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일부 병동만 면회가 가능한 곳도 있다. 하지만 각 병원마다 규정이 달라 무턱대고 갔다간 헛걸음만 할  수 있다.

직업 간병인을 쓰는 경우 더욱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난다. 간병인을 병원에 상주하는 보호자 1인으로 계산해 정작 가족은 장기간 얼굴조차 못 볼 수 있다. 코로나19 병동 감염으로 혼쭐이 났던 각 병원이 면회 지침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간 임종을 앞두고서야 겨우 면회가 가능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화도 힘들고 얼굴만 바라보게 된다. ‘비극’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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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감염병 시대… 간병인은 ‘위험한’ 직업

병원은 코로나 이전에도 감염 위험이 높은 곳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병원이 전국적인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 기저질환자가 많은 병실은 항상 감염병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병원 감염성 폐렴’이라는 병명도 있다. 입원 이전에는 멀쩡했던 사람이 병원에서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되어 폐렴이 생긴 것이다. 폐렴은 노인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는 사망 위험이 높은 무서운 병이다. 골절로 입원해 최종 사인이 폐렴으로 판정되는 경우도 많다.

간병하는 가족이나 직업 간병인은 자신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는 열악한 상황이다. 코로나 이전보다 최근 간병비가 50% 정도 급등한 것은 감염 우려로 인해 간병인을 자원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거의 절반을 차지했던 외국 국적 간병인들은 코로나 유행 이후 출국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간병인 부족이 심화되면서 비용이 치솟는 것이다.

◆ 간병 ‘대책’은 발등의 불…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코로나19 국내 사망자의 거의 절반이 요양병원·시설에서 나왔다. 수많은 기저질환자들이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감염병에 취약하다. 관리 인력, 시설도 천차만별이다. 요양병원·시설 입원이 결정되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꽤 있다. 입원하는 환자나 보내는 가족 모두 마음이 심란하다.

집에서 간병을 하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족이 교대로 간병을 해야 하나? 맞벌이 가정은 낮에는 누가 살필 것인가? 직업 간병인을 채용할 경우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간병 문제는 이제 발등의 불이다. 국회·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자택 간병·돌봄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간병비도 크게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마음고생도 심하다. 나 때문에 가족이 고생한다는 부담감에다 치솟는 간병비가 더해져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요즘 ‘간병 지옥’이란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병들고 나이 들면 누구나 간병이 필요하다. 나도 피해갈 수 없다. “자다가 편안하게 죽고 싶다”는 말을 곧잘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간병은 국민 전체의 삶의 질과도 연결되어 있다. 간병 대책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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