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도 수도권으로 몰린다.. 심각한 병원 양극화

[김용의 헬스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2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병원(수련기관)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병원을 지원하는 예비 전공의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내과, 외과 등 과장들이 당직을 설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 소재 병원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방에선 이른바 비인기과는 물론 인기과 조차 미달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의사 부족현상이 심화되면서 향후 지역의료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비 전공의 입장에서는 전문의 실력을 쌓기 위해서 수련 환경이 좋은 병원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시설, 인적 자원 등 의료계의 평판도 중요하다.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련병원의 상향평준화가 필요하다.

일부 예비 전공의들은 서울·수도권의 ‘빅5’ 병원에 지원하면서 ‘반수’까지 감수했다. 특정 병원에 지원자가 몰리면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전체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인력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등 이른바 비인기과는 더욱 피해를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의료원에 ‘공공임상교수’ 제도를 도입해 전공의 공동수련 지도를 맡기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공공임상교수는 국립대병원이 채용하는 임상교수(전문의)를 말한다. 본원에서 공공의료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방의료원에 파견돼 필수의료 업무를 하는 의사다.

이 제도의 안착을 위해 신분을 보장하고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임상교수에게 무조건 지역근무를 강제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지방의료원은 감염병 예방 사업 등 공공의료에 충실하고, 민간의료기관과 경쟁 구도를 만들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통해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을 계획했다. 수도권·대도시로 의료 인력이 집중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도시와 농어촌 간 의료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대책은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쳐 잠정 중단된 상태다. 공공의대 설립 방안도 동력을 잃고 있다.

한국 의료를 경험한 외국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의 환자들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 의료는 ‘속병’을 앓고 있다.

의학의 기본이자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는 전공의 모집 때마다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에 ‘피안성'(피부·안과·성형), ‘정재영'(정신·재활·영상)은 해마다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가족이 한 밤 중 사고로 피를 흘려도 외과의사가 없어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녀야 한다.

병원의 양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수도권의 거대병원들은 ‘분원’을 내걸어 지방병원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동네병원과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줄 중소병원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특히 지방은 큰 규모의 병원도 인력난을 겪고 있다. 자신을 이끌어줄 선생님이 부재한 상황이니 예비 전공의들은 너도나도 수도권 거대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전문의 실력을 쌓기 위해 제대로 배우겠다는 것을 어떻게 말릴 것인가. 의료진, 인프라, 자본 모두가 수도권 거대병원으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방 병원에서 양질의 의료 인력이 점차 줄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매번 지역에 수술할 의사가 없어 몇 시간을 달려 수도권으로 가야 할까. 우려했던 상황은 이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머지않아 끔찍한 ‘수술대란’도 발생할 수 있다.

매년 수도권의 대학병원에서는 65세 정년을 맞은 ‘명의’들의 거취가 관심거리다. 많은 분들이 평생의 업(業)을 이어가기 위해 규모가 작은 병원에 재취업하고 있다. 이 분들이 지방의 병원에서 전공의들을 코치하는 멘토링 역할을 하면 어떨까? 물론 다양한 인센티브가 선행돼야 한다. 대학병원장을 지낸 분이 지방 보건소장을 맡아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쇠퇴해가는 지역 의료 살리기에 적극 나선 분들이다.

정부는 지방 병원들을 살리기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의료수가의 지역 인센티브제,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 확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사한 의료진에 대한 주택 제공·인센티브 부여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의 필수요건 중 하나가 병원이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이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의 병원을 살려야 한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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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1. 익명

    대통령 후보분들, 지방에 있는 환자들도 훌륭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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