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신 종양, 양성이면 괜찮다? “당뇨병·고혈압 일으킬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좌우 신장 위에 한 쌍으로 붙어있는 내분비 기관인 부신에 양성종양이 생기는 경우가 꽤 된다. 의사들은 암종양만 아니라면 건강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이 종양이 건강에 큰 부담을 준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최근 미국내과학회지인 «내과학 회보»에 발표된 영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나이가 들면서 부신에 양성 종양이 생길 확률은 10명 중 1명꼴이다(한국은 7%가량). 세계적으로 보면 7억 명 가까운 사람이다. 의사들은 이 종양이 악성(암종양)만 아니면 건강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러나 영국 버밍엄대 대사·시스템연구소의 빕케 알트 소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이 종양이 생긴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과다 분비시켜 제2형 당뇨병과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신은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분비한다. 코르티솔은 신체적 위협 같은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기 때문에 ‘싸움 또는 회피’ 호르몬으로 불리기도 한다. 외부에서 주어진 스트레스에 대항해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지만 분비량이 많아지면 혈당수치와 혈압을 상승시킨다. 코르티솔이 이상 분비되는 것을 ‘가벼운 자율 코르티솔 분비’(MACS)라고 부른다.

기존 연구는 일반적 부신종양 중 30%가량만이 MACS를 일으키며 실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부신종양은 그보다 훨씬 더 수치가 낮다고 봤다. 알트 소장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이런 기존 연구를 뒤집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다양한 부신종양을 지닌 1305명을 대상으로 내분비 장애 여부를 조사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조사였다. 이들 중 절반 가까이(49.7%)가 MACS로 과도한 코르티솔을 분비하고 있었으며 15% 이상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로 그 분비량이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MACS 환자는 고혈압 진단을 받을 확률이 높았고, 혈압약을 복용할 가능성이 2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들은 또한 제2형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았고 혈당관리를 위해 인슐린 투약이 필요한 가능성이 2배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부신종양으로 인해 MACS 증세를 보이는 환자 숫자가 영국 성인 중 130만 명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알트 소장은 “부신종양이 발견된 사람은 코르티솔 과잉 분비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하고 코르티솔 과잉분비 진단을 받으면 정기적으로 제2형 당뇨병과 고혈압 검사를 받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을 평가한 캐나다 몬트리올대의 안드레 라크루와 교수(내분비내과)는 부신종양이 있는 사람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는 “1cm 이상의 부신 결절이 발견된 모든 사람은 반드시 호르몬 과다 분비 여부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MACS 환자의 약 70%가 여성이며 대부분이 폐경 후 연령이라고 밝혔다. 알트 소장은 “부신종양과 관련된 코르티솔 과잉은 폐경 이후 여성에게 특히 영향을 미치는데 기존 연구에서는 이를 간과해 왔다”고 지적했다.

부신종양이 호르몬 과잉분비를 일으킨다는 진단을 받게 되면 코르티솔 분비를 줄이거나 그 작용을 차단하는 약들은 많다. 라크루와 교수는 코르티솔 과잉 분비가 문제가 된다면 2개의 부신 중 하나를 제거할 수도 있다며 “부신 하나로도 정상적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주소( https://www.acpjournals.org/doi/10.7326/M21-1737 )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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