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스타의 음모론과 국회의원의 백신 반대론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 프로농구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는 ‘거구의 전성시대‘에 해당한다. 물론 ‘농구의 신’으로 군림한 선수는 거구와 거리가 먼 마이클 조던이었으나 나머지는 죄다 거구였다. 패트릭 유잉, 하킴 올라주원, 데이비드 로빈슨, 알론조 모닝, 칼 말론, 샤키 오닐 같은 거구가 코트를 지배했다. 스테판 커리 같은 3점 슈터가 활약하는 요즘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농구가 펼쳐진 시기다.

샤키 오닐은 이 가운데에서도 압도적인 체격을 자랑했다. 또, 체격에 어울리는 빼어난 실력과 독특한 개성으로 큰 인기를 누렸고 은퇴 후에도 래퍼와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샤키 오닐은 ‘지구편평론’의 신봉자다. 문자 그대로 지구의 모양이 편평한 판이라 믿는다. 나아가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를 비롯한 온갖 행성이 공전한다’는 ‘주류 과학’은 거짓이며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그런 거짓에 세뇌당했다고 믿는다.

사실 샤키 오닐이 믿는 ‘지구편평론’ 외에도 음모론은 많다. 히틀러와 엘비스 프레슬리가 죽지 않았다는 이야기부터 외계인이 인류문명을 창조했다는 주장까지 내용도 매우 다양하다.

그래도 대부분의 음모론은 심각한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 ‘지구가 평평하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아 있다’, ‘외계인이 조물주다’ 같은 주장이 사회에 끼칠 수 있는 해악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음모론, 무고한 희생을 만들고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는 음모론도 존재한다. 바로 ‘백신반대론’이다.

며칠 전, 한 국회의원이 “코로나19의 순수 사망자는 169명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니까 2021년 12월 23일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5015명 가운데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간경변, 각종 악성종양 같은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는 169명뿐이니 실제 사망자도 169명뿐이며 나머지는 정부가 사실을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가 코로나19의 위험을 과장했으니 예방접종도 필요하지 않고 백신패스 같은 방역정책도 틀렸다고 주장한다.

자칫하면 꽤 논리적인 주장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전형적인 ‘뇌피셜’에 불과하다. 젊고 건강한 사람보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취약한 것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질병도 마찬가지다.

그 의원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전염병에 대처하면 인플루엔자, 일본뇌염, 홍역, 볼거리, 풍진, 디프테리아, 백일해, A형 간염 같은 질병도 굳이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해서 관리하며 대규모 예방접종을 시행할 이유가 없다. 현대인은 영양 상태가 양호하고 생활환경이 위생적이니 건강한 사람의 사망률은 높지 않을 것이며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전염병에 걸려 사망해도 ‘순수 사망자’가 아니어서 해당 전염병으로 사망한 것이 아닐 테니까.

덧붙여 지금껏 기저질환이 없는 코로나19 사망자가 169명에 불과한 것은 높은 예방 접종률과 강도 높은 방역으로 코로나19 유행 규모를 최소화하여 의료시스템이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이 통제를 벗어나 의료시스템이 붕괴하면 영국과 미국의 사례에서 이미 살펴봤듯, 건강한 사망자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그 국회의원은 왜 백신반대론 같은, 음모론에 기반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펼칠까? 아울러 정치인뿐만 아니라 의사 같은 전문가 집단에도 백신반대론자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샤키 오닐이 믿는 지구편평론을 신봉하는 정치가는 거의 없다. ‘외계인이 인류문명을 건설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그런 주장을 펼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백신반대론은 다르다. 미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선진국을 봐도 정치가 혹은 꽤 영향력 있는 인물이 백신반대론을 펼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왜 많은 음모론 가운데 유독 백신반대론이 강한 힘을 발휘할까?

그 이유는 이익 창출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른 음모론은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지구가 편평하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아 있다’, ‘우리는 외계인의 후손이다’ 같은 음모론은 호기심을 부를 뿐, 공포와 불안을 일으키지 않는다. 정말 지구가 평평하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아있으며 우리의 조상이 외계인이라도 평범한 사람의 삶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백신반대론은 다르다. ‘백신이 효과가 없다’, ‘백신이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해롭다’ 같은 주장은 건강, 나아가 생명과 직결한 문제여서 평범한 사람도 큰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으며 그런 관심은 아주 쉽게 불안과 공포로 이어진다. 또, 그런 불안과 공포에 빠진 사람은 선동에 취약하다.

 

이 부분이 백신반대론이 지닌 매력이다. 백신반대론으로 군중의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여 집단을 조직하면 정치인에게는 지지자, 종교인에게는 신도, 작가에게는 독자, 유튜버에게는 구독자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제너가 종두법을 보급하던 시기만 살펴봐도 적지 않은 정치가와 종교인이 ‘백신을 맞으면 천천히 소로 변한다’, ‘백신을 맞으면 소의 영혼이 들어와서 지옥에 간다’ 같은 음모론을 펼쳐 지지자와 신도를 모으려 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하고 각국 정부가 강력한 방역조치와 함께 대규모 예방접종을 진행하면서 백신반대론이 점점 힘을 얻는 현상에도 비슷한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군중을 선동하여 이익을 창출하려는 부류에게 현재의 상황은 아주 매력적일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정치인, 종교인, 유튜버, 심지어 의료인까지 백신반대론을 이용하여 각자의 이익을 구현하려 한다. 지금까지는 백신반대론이 그다지 힘을 얻지 못했던 한국에서도 우려할 만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으며 국회의원의 황당한 주장 역시 거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났을 때, 백신반대론이 만든 또 다른 재앙을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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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댓글
  1. 악희

    샤킬 오닐 이름조차도 샤키 오닐로 잘못 쓰는 저자의 수준이 보이는 글…

  2. 악희

    코메디 닷컴은 코메디하는 의사들이 참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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