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학회 “여성 안전이 우선”…14주 이내 낙태 허용 반대

[사진=anusorn nakdee/gettyimagesbank]
여성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임신 14주 이내 낙태는 허용해선 안 된다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의 낙태 관련 법 입법 예고 후 산부인과 의사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자,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 번 입법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길 촉구했다.

더불어 학회 측은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로서 의학적으로 여성의 건강에 해가 된다면 낙태 문제를 재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개인의 신념을 떠나, 산부인과 의사로서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생존권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등은 지난해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후 ‘낙태법특별위원회’를 공동 구성해 낙태에 대한 의학적 문제를 정부에 전달해왔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은 △임신 14주 이내의 제한 없는 낙태 허용 반대 △태아의 독자적 생존 가능성이 있는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 허용 반대 △약물 낙태의 안전성 고려 후 도입 결정 등을 주장하고 있다.

– 여성 안전, 태아 권리 모두 중요…임신 10주 미만이 적정

학회 측은 임신 14주 내 제한 없는 낙태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안전과 무분별한 낙태 예방, 두 가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학회 측이 주장하는 허용 시기는 초음파 검사 기준 임신 10주 미만이다. △임신 10주면 태아의 장기와 뼈가 형성된다는 점 △태아가 성장할수록 임신의 과다출혈과 자궁 손상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 등이 이유다.

더불어 임신 10주부터는 DNA 선별검사 등으로 성별을 알 수 있어, 원치 않는 성별의 이유 등으로 무분별한 낙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학회 측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필량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은 “9주를 넘으면 약물 낙태에 실패할 확률이 높고, 자궁이 커져 수술에 따른 출혈, 감염, 자궁 천공으로 인한 장기 손상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며 “장기적으로는 자궁 유착, 자궁 경부의 손상 등 당장 육안으로 나타나지는 않으나 향후 임신 시도 시 난임, 유산, 조산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사진=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낙태 입법 예고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임신 21주 이른둥이도 있어…태아 독자적 생존 가능

정부는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을 때 상담 및 24시간의 숙려기간 등을 거쳐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는 입법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학회 측은 이 시기 임신부는 시술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또한,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가 임신 22주(헌법재판소 판결)라는 점 △국내에서 임신 21주에 태어난 이른둥이들의 생존이 보고됐다는 점 △모자보건법에서 인공임신중절을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로 정한 것에 위반한다는 점 등을 들어 24주 이내 낙태 허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낙태보다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여성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출산과 양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게 학회의 입장.

– 약물 낙태 허용 시, 산부인과 의사 감독 하에 이뤄져야

이번 정부의 입법 예고안은 약물 낙태가 포함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의하면 낙태 경험자 중 이미 9.8%가 약물 낙태를 경험했다. 약물 구입 경로는 지인이나 구매대행이 22.6%, 온라인 구매가 15.3%에 달해 불법적인 낙태약 유통과 약물 투약이 문제 시 되고 있다.

약물 낙태를 임의적으로 시행할 경우, 감염증, 패혈증,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약물 사용자 중 72%는 약물로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추가로 수술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학회 측은 약물 낙태를 허용할 시에는 산부인과 의사의 감독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약물 낙태 전 초음파 검사로 정확한 임신 주수를 확인해 약물 사용이 가능한 시기인지 확인하고, 안전한 용법을 지켜 시행해야 하며, 자궁 외 임신이나 과다출혈 위험이 있는지 등도 살펴야 한다는 것. 약물 낙태는 투약 결정부터 유산 완료까지 전부 산부인과 의사의 관리 하에 진행돼야 안전하다는 것.

약사법 제23조 4항에 의하면 의학적 필요와 환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 있는 의약 분업 예외 약품 지정에 대한 규정이 있다. 학회 측은 “낙태 약물을 도입하려면 안전한 사용과 여성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의약 분업 예외 약품’ 지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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