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 탄생…의료계 “의료 영리화 시발점”

[사진=Spiroview Inc/shutterstock]
제주도에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첫 영리법인 병원이 들어선다.

5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국내 첫 영리법인 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조건부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진료 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이 적용되지 않아 국내 공공 의료 체계에 영향 없을 것”이라며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 감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의료 기관은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무회의를 통해 “국내외 영리법인의 의료 기관 설립 문제는 외국 영리법인의 설립을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의결하며 처음 추진됐다.

제주도는 이번 허가는 국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관광 산업 재도약을 위함이라고 밝혔다. 건전한 외국 투자 자본 보호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우려가 제기된 공공 의료 체계의 근간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심사숙고 끝에 조건부 개설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도는 지역 경제 문제 외에도 ▲ 투자된 중국 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로 한-중 외교 문제 비화 우려 ▲ 외국 자본에 대한 행정 신뢰도 추락으로 인한 국가 신인도 저하 우려 ▲ 사업자 손실에 대한 민사 소송 등 거액의 손해 배상 문제 ▲ 현재 병원에 채용된 직원 134명의 고용 문제 ▲ 병원이 프리미엄 외국 의료 관광객을 고려한 시설로 건축돼 다른 용도로의 전환 불가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고려해 도민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의협 “의료 영리화 시발점 될 것”

의료계는 의료 영리화를 우려하고 있다. 같은 날(5일) 대한의사협회는 “국내 첫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개원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성명을 냈다. 국내 보건의료 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 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협은 “제주도가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녹지국제병원 개원 반대 권고 사항을 무시하고, 외국 투자 자본 유치 목적만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 투자 자본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 기관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기관이 환자의 건강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아닌 수익 창출을 위한 의료 기관 운영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녹지국제병원 개설이 정부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 결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의협은 “정부는 공공 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 및 문재인 케어를 통한 국민의 의료비 부담 감소, 비급여 비용 지출을 감소시키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영리 병원의 진료는 내국인의 국민건강보험 미적용 및 환자 본인 전액 비급여 부담을 떠안게 돼 정부의 정책 방향성과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정부는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을 허용해 국내 다른 의료기관과의 역차별 및 마찰을 끌어내지 못하도록 방관해서는 안 되며, 국내 보건의료 체계 위협을 차단하도록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희진 기자 miro22@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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