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약가 공개, 약가 인하 기대하기 어렵다?

[바이오워치]

[사진=MJ_Prototype/gettyimagesbank]
전 세계 의약품 시장 4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미국 의약품 시장은 고가 약가로 논쟁이 한창이다. 트럼프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줄곧 약가 인하를 위해 여러 조치로 제약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과는 동일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약값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활성화시킨다거나 복제약(제네릭) 승인을 늘려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또 화이자 같은 거대 제약사에 노골적으로 약가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약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실제로 화이자 등 미국 내 제약 기업은 약가를 인상하려다 여론에 부딪쳤고 약가를 동결시켜 사실상 약가 인하 정책은 물거품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녹록치 않자 급기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TV 광고를 통해 약가를 공개하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알렉스 아자르 미국 보건부 장관은 “TV 광고에서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통해 처방되는 의약품이 나올 경우 도매 업체에 공급하는 가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지에서는 국민에게 약가를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여론으로 하여금 제약사를 압박하겠다는 미국 행정부의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 시간) 서명한 환자 약값 알 권리와 2018년 최저약값 알 권리 법안과 맥이 닿는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약가를 인하하는데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의약품 시장은 유럽과 우리나라와 달리 제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과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약가를 직접 관리한다. 따라서 정부의 여러 정책은 곧바로 약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지만 미국은 시장 논리에 의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병원, 병원연합체, 의사는 물론 제약사, 메디캐어와 메디케이드 같은 공보험과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등의 사보험이 있다. 또 약을 제공하는 약국과 PBM라는 제조사와 보험사 중간에서 약가와 리베이트를 협상하는 약제 관리 기구도 있다. 이렇다보니 각각에 지급되는 리베이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는 결국 고가 약값으로 미국 내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쉽게 정리하자면 리베이트를 많이 주는 고가 약이 우선적으로 처방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시장만 봐도 추정할 수 있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셀트리온 램시마의 경우 유럽에서는 출시 1년 뒤부터 폭발적인 성과를 내며 2018년 1분기 기준 53%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출시 2년이 다되가지만 시장 점유율 10%가 채 안된다. 램시마는 오리지널 의약품 레미케이드보다 15%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했지만 레미케이드 점유율은 소폭 하락에 그쳤다. 일반적인 시장 논리라면 같은 효능에 싼 값의 약이 더 많이 처방되야 하지만 미국 의약품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는 것. 글로벌 제약 산업 분석 기업 이벨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가 예상한 2020년 항체 바이오시밀러 매출 전망치도 글로벌 매출은 2년 전 대비 25% 상향 조정된 반면 미국 매출은 27% 하향 조정됐다.

이와 관련 강하영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시장과 미국 시장의 바이오시밀러 출시 가격 할인폭에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가격 외의 요소가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시장 진입에 큰 허들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미국의 약가는 시장 논리에 의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과도한 리베이트로 싼 약 보다 고가 약이 우선 처방되고 이는 고가 약가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약가 공개 정책도 약가 인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고가 약값을 잡기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정책보다 본질적인 구조(리베이트)를 손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약가 공개 정책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는 긍정적이긴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목표하는 약가 인하 효과를 거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곁가지 치기 식의 정책보다는 사실상 합법인 리베이트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트럼프 정부의 약가 공개 정책은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렵다”며 “여론을 형성해 제약사를 압박할 순 있겠지만 워낙 복잡한 시장인 만큼 약가 인하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고 우리나라를 비롯 다른 나라에도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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