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전자 조작 허용하자”는 英 주장 나와

영국에서 인간 유전자 조작을 도덕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생명윤리 기구인 누필드 위원회는 특정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인간 배아의 DNA를 편집하는 것이 허용돼야 한다고 17일 밝혔다.

위원회가 제시한 ‘특정한 조건’은 두 가지다. 유전자 편집은 △배아가 성체 인간이 됐을 때 복지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며, △불이익이나 차별, 격차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위원회가 지난 2년간 유전자 편집 기술의 윤리 문제를 검토한 것은 비약적으로 발전한 이른바 크리스퍼(Crispr) 기술 때문이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살아있는 세포의 DNA를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다.

크리스퍼 기술을 활용해 인간 배아 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실험은 몇몇 연구소에서 연구 목적으로 이미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조작된 배아를 자궁에 실제로 이식하려면 기술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16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에 발표된 웰컴 생어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이 과학자들이 기존에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큰 유전적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지난해 미국 국립과학원은 유전이 가능한 인간 DNA 조작은 엄격한 조건을 충족할 때만 허용돼야 한다고 연구자들에게 권고했다. 인간의 외모나 지능을 개선하는 비의료적인 목적보다는, 심각한 유전 질환을 예방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한정했던 것.

그러나 이번 누필드 위원회의 의견은 이 대목에서 미국과는 상반된다. 질병 예방과 (비의료적) 기능 개선 사이에 명확한 차이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번에 실무위원회를 주재한 캐런 융 교수는 “유전자 편집은 처음에는 특정 유전 질환을 예방하는 데 쓰이겠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부모들에게 더 폭넓은 목적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칼리지 런던 대학교의 조이스 하퍼 교수는 “신기술이 실제로 쓸 수 있는 기술인지 판명하는 데 2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면서 “그러나 윤리적 문제에 관한 논의는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tampatra/gettyimagesban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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