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약값 올리는 병원, 암 환자는 청와대로!

지난달 21일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와 옵디보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급여화가 이뤄지면서 오프 라벨 처방이 사실상 중단돼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말기 암 환자의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말기 암 환자는 마지막 목적지를 청와대로 정했다.

변한 것은 없었다. 목숨을 건 두 번의 시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의 만남도 있었지만 사태는 오히려 더욱 악화됐다. 심평원은 8월 29일 환자들과의 만남에서 71개 다학제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에서 오프 라벨 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문을 보내고 설득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일선 병원에서는 오프 라벨 처방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환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을 전전하다 운 좋게 오프 라벨 처방을 하는 극소수의 병원을 찾더라도 병원 측이 제시하는 면역 항암제 처방 가격이 2~3배를 뛰어넘는 약 1000만 원에 육박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면역 항암제 환자들은 물론 다른 암 환자 단체도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약값 폭등, 폭리 취하는 병원

심평원은 오프 라벨 처방 적합성을 평가하는 다학제위원회가 설치된 71개 일선 병원에 기존 오프 라벨 처방 환자에 한해서 올해 연말까지 처방을 계속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시 바삐 오프 라벨로 면역 항암제를 처방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말기 암 환자의 입장에서는 변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오프 라벨 처방을 하는 병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프 라벨 처방 금지 사태가 논란이 된 이후 일부 병원이 면역 항암제를 처방해 주는 대신 약값을 2~3배 높게 요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자들이 오프 라벨 처방을 하는 극소수의 병원을 운 좋게 찾더라도 병원이 약값으로 폭리를 취하려 한다는 것이다.

말기 암 환자 K씨는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를 처방받기 위해 수십 곳의 병원에 전화를 한 끝에 간신히 한 병원과 방문 예약을 잡았다. 예약을 잡은 후 첫 통화에서 병원 측은 약값으로 380만 원을 계좌로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두 번째 통화에서는 얘기가 달라졌다. 계좌가 아닌 현금을 직접 들고 오라는 것이었다.

평소라면 이해할 수 없는 요구였지만 K씨는 급한 마음에 병원 측의 요구대로 하기로 했다. 그 이후 세 번째 통화에서 병원 측의 말을 또 달라졌다. 키트루다만 처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700만 원짜리 시술을 같이 해야만 키트루다를 처방해 주겠다’는 일방적인 요구이자 강요였다. 약값 380만 원에 시술비 700만 원을 합치면 1000만 원이 넘는 액수다.

키트루다 1회 처방액이 약 286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00만 원은 약 3배가 넘는 수치다. 즉, 오프 라벨로 면역 항암제를 처방받기 위해서는 286만 원이 아닌 1000만 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방암 환우 단체 관계자는 “오프 라벨 처방 병원에서 향후 심평원으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르는 리스크 하에서 처방을 해야 하고, 투약 주기를 넘긴 환우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심평원의 기침 소리 한 번에 결국 막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그 가족의 몫으로 전가 됐다”고 주장했다.

병원이 오프 라벨 처방을 거절 하는 것을 지켜봐야 만 하는 것도 생사를 넘나드는 말기 암 환자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지만, 목숨과 삶을 지키고 싶은 환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악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병원의 비양심적인 행태에 환자들은 절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 보루, ‘청와대’

오프 라벨 처방 거부, 약값 폭등 등 사태가 더욱 심각해진 오프 라벨 사태에 말기 암 환자들은 청와대로 향한다. 심평원 방문 후 마지막은 청와대가 될 것이라던 한 말기 암 환자의 말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미 환자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민원의 글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봐주길 원하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 제안 게시판에 면역 항암제의 급여화로 인한 오프 라벨 처방 금지 사태와 3개월이 넘게 걸리는 다학제 심사 제도의 불합리성을 고발하며 말기 암 환자들이 오프 라벨 처방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9일 오프 라벨 문제와 관련해서 면역 항암제 환자, 유방암 환자와 그 보호자 등 수십 명이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갖는다. 이 가운데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부터 오프 라벨 처방으로 건강을 회복하다가 이번 사태로 투약 시기를 놓친 환자까지 참가할 예정이다.

이들은 오프 라벨 문제는 최종 결정권자가 해결하지 않으면 계속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주길 바라는 것이다.

과연 생사의 갈림길에 선 말기 암 환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마지막 보루가 될 수 있을까.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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