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있는 가정, 아빠는 잘 자고 엄마는 못 잔다

갓난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울고 깨는 아이를 키우느라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일이 흔하다. 부모가 공평하게 육아에 기여하면 좋겠지만, 아빠의 수면시간은 그대로인 반면 엄마의 수면시간은 부족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빠는 밖에서 돈을 벌고, 엄마는 아이 양육에 힘쓰는 모습은 전통적인 가족상이다. 엄마는 새벽에도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때는 일찍 일어나 아침을 차린다. 엄마는 아이가 잠들 때에야 비로소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 엄마의 수면시간 연구는 가부장제가 해체되어 가는 오늘날에도 이런 전통적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입증한다.

미국 조지아 서던대학교 켈리 설리반 박사 연구팀은 전화 설문으로 미국의 부모 5805명의 수면시간, 낮 동안 피곤함을 느끼는 정도, 자녀의 수를 조사했다. 대개 7~9시간이 정상 수면시간이다. 6시간 이하면 수면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그 결과 자녀가 없는 여성과 비교했을 때 자녀가 있는 여성의 14%는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특히 자녀가 한 명 있을 때보다 두 명 있을 때 엄마가 6시간 이하로 잘 확률은 50%나 증가했다. 자녀가 두 명 이상이라면 더 높은 확률로 엄마의 수면시간이 부족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아이가 있는 여성은 낮 동안 피곤함을 느낄 가능성도 더 높았다. 아이가 없는 여성은 한 달 평균 11일, 낮 동안 피곤함을 느낀 반면 아이가 있는 여성은 한 달 평균 14일, 낮 동안 피곤함을 느꼈다.

하지만 아빠는 아이가 있느냐에 따라 수면시간의 차이가 없었다. 이번 연구는 서구에서도 성에 따른 가정 내 역할 구분이 여전하며 적어도 자녀양육만큼은 엄마의 희생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장기적으로 수면시간 부족은 인지기능의 저하나 심혈관질환,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가정을 지탱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해당 연구 는 제69회 미국신경학회에서 발표되었다.

권오현 기자 fivestrings@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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