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만 둥둥둥… 메르스 환자 18명으로 늘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1일 3명이나 추가 발생하면서 전체 감염자는 모두 18명으로 증가했다. 자고나면 메르스 환자가 늘어나다 보니 국민들의 메르스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국가 질병관리 사령탑의 판단과 초기 대응, 그리고 의심환자들의 비협조 등 곳곳에서 부실이 드러나 이 참에 정부의 감염병 대응 전략을 근본부터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일 첫 국내 메르스 환자 발생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돌리면서 “검역강화로 일반 국민들에게는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이는 과도한 국민 불안을 막기 위한 조치인 것처럼 보였지만, 곧 부메량으로 돌아왔다. ‘불안 방지’가 오히려 ‘불신’으로 확대돼 정부의 질병관리 정책 전반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다.

확진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했던 가족과 의료진에게 격리 병실이 아닌 집에서 스스로 ‘자택 격리’를 하도록 한 것도 패착이었다. 실제로 자가 격리 중이던 동네 병원 의사와, 다른 의원의 간호사가 메르스 확진 환자로 판명됐다. 이들과 함께 지냈던 다른 가족들은 지금도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매뉴얼만 고수하는 경직된 자세도 문제였다. 메르스 증세를 의심하며 격리 검사를 원했던 40대 여성에게 ‘체온 38도 이상의 발열’ 잣대만 들이댔다.

일부 환자들의 감염병 인식이나 의료진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첫 환자인 68세 남성은 A병원 외래(5.11일), B병원 입원(5.12∼14), C병원 응급실(5.17), C병원 입원실(5.18-20) 등 무려 4곳의 병실을 전전하다가 지난 20일에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첫 환자가 이들 병원을 옮겨 다닐 때마다 “16일 동안 바레인 체류, 카타르 경유” 등 중동 여행 경험을 강조했다면 의료진이 보다 일찍 메르스 환자로 의심했을 것이다. 중국 출장을 강행한 환자의 경우도 의료진이 보건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해 출국을 막아야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 등 의료단체와의 공조도 아쉬운 대목이다. 메르스는 지난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뒤 중동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보건당국이 일찌감치 의료단체와의 공조를 통해 발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최근 중동 여행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을 필수 문진 항목에 넣었더라면 국내 첫 환자 확진이 훨씬 빨라져 추가 감염자를 줄였을 것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31일 “메르스의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최초 환자에 대한 접촉자 그룹의 일부 누락이 있었다”며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대응 매뉴얼 및 의료기관과 일반 국민 대상 각종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보다 탄력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들 중 고위험 대상자를 별도 선별해 안전시설에 격리하겠다고 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뒷북 대책인 셈이다.

감염병 대응 전략은 보건 당국과 의료단체, 일반 국민들이 긴밀하게 소통하며 과감하게 선제 대응해야 한다. 괜히 호들갑을 떤다는 인상을 줄까봐 ‘국민 안심’에만 무게를 뒀다가는 이번 메르스 파동처럼 대세를 그르칠 수 있다. 정부는 메르스가 잦아든 이후에도 이번 사태의 교훈을 꼼꼼하게 정리한 ‘실패 보고서’를 작성해 완전히 새로운 감염병 대응 전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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