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해철, 위밴드 수술 꼭 해야 했을까

 

고 신해철 유족이 지난 11일 장폐색증 수술 전후 엑스레이 사진을 공개하며 수술 후 천공(구멍) 가능성을 주장했다. 고 신해철의 직접적 사인인 소장과 심낭에 생긴 천공은 유족과 S병원의 의료과실 여부를 둘러싼 진실공방을 가릴 중요한 열쇠다.

서울아산병원 진료기록을 보면 고 신해철은 심정지가 오기 전 S병원에서 장관유착박리술을 받았다. 이 수술은 장이 유착돼 장폐색증이 왔을 때 들러붙어 막힌 장을 떼어주는 수술이다.

유착박리술은 모두 복강경수술이다. 1990년대 초에 국내 도입된 복강경수술은 복부를 0.5~1cm만 절개해 내시경카메라와 수술기구를 넣어 진행하는 수술법이다. 전통적인 개복술보다 통증도 적고, 회복도 빨라 널리 쓰이고 있다. 감염이나 유착, 탈장 등 부작용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러나 복강경수술에는 늘 천공의 위험이 따른다. 유착박리 과정에서 소장, 위주름성형술 과정에서 심낭이 천공될 수 있다. 외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위주름성형술을 하려면 횡경막을 박리해야 하기 때문에 심낭을 건드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족은 환자측의 동의 없이 ‘위축소술(위주름성형)’을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S병원측은 ‘위벽강화술’이라며 맞서고 있다. 유족측 서상수 변호사는 “위벽에 조그만 상처가 났다고 위벽을 15cm나 덮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진실공방에 앞서 고 신해철이 ‘애초 위밴드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안타까움이 진하게 남는다. 사망원인과 직접적 연관성은 없지만, 이 수술을 계기로 장이 유착돼 장폐색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서상수 변호사는 “위밴드수술 후부터 고인이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장유착은 비만수술과 맹장수술, 제왕절개수술, 담낭수술 등 복부수술 환자라면 누구나 언제든 올 수 있는 흔한 합병증이다. 고 신해철의 경우 2009년 위밴드수술을 받은 뒤 2012년에 위밴드를 제거하면서 담낭수술까지 받았다. 복강경수술로 장이 유착된 환자의 일부에서 장폐색증이 나타나며, 이 때문에 장 일부가 괴사해 응급수술을 받는 경우는 전체 복부수술 환자의 1% 미만일 만큼 드물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위밴드수술과 위절제술, 위주름성형 등 비만수술은 적응증이 있다. 즉 비만과 다이어트로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술 가능한 조건이 있다. 의학적으로 비만지수(BMI) 40 이상, 또는 비만지수가 35~40이면서 당뇨와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퇴행성관절염 등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여야 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적응증을 위한 비만지수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어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의 경우 비만지수를 5 정도 낮게 잡는다. 즉 비만지수 35 이상이거나, 30이상이면서 동반질환이 있어야 해당된다.

고 신해철이 과거 위밴드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초고도비만이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프로필상 키가 170cm인 고 신해철의 경우 최소한 몸무게가 90kg 이상이면서 당뇨 등 동반질환에 시달렸어야 고도비만수술을 고민해볼 수 있다. 당시 고 신해철의 정확한 체중을 알 수는 없지만, 위밴드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초고도비만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고 신해철은 위밴드 수술을 왜 했을까? 누군가 권했기 때문일까? 고인을 추모하는 많은 팬들은 “위밴드 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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