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정말 폐 손상 일으키나

전문가, “단정 이르지만 사용 자제해야”

보건당국이 가습기 살균제(세정제)의 사용자제를 권고함에 따라 이것이 정말 폐

손상을 일으키는 지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는 원인불명 폐질환에 걸렸던 환자들이 그렇지 않았던

호흡기 질환 환자들보다 가습기 살균제를 47.3배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 의미는 해당 살균제가 폐 손상의 ‘위험 요소’라는 것이지 원인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폐암 환자의 흡연율은 일반인의 10배이며 간암 환자의 B형 간염

비율은 일반인의 15~20배라는 점을 볼 때 47배라는 수치는 위협적이다.

역학조사에 참여한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박성훈 교수는 “원인불명

폐질환 환자들의 조직검사 결과, 폐 섬유화가 진행된 원인은 바이러스가 아닌 외부독소에

의한 염증반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특히 가습기 청결에 민감하고,

일반적인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을 자주 사용하는 임산부•소아 등이 해당 질환에 주로

걸린 환자였다는 점이 이러한 역학 조사 결과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습기는 깨끗이 세척한 후에 사용해야 하며 살균제는 넣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인과관계 추정에 의문을 나타냈다.

역학조사에 참여한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만약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라면

지금까지 여러 해에 걸쳐 폐 섬유화증 문제가 발생하는 동안 왜 이런 역학관계가

규명되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하고 “역학조사 외에 인과관계 여부를 밝히기

위한 추가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림대성심병원 산업의학과 임형준 교수는 “폐 손상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특정 성분이

언급되지 않아 유해성에 대한 인과관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후 해당 성분을 얼마나, 어느 정도 노출할 때 안전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살균제 성분이 다른 용도로

사용됐을 경우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화장품, 샴푸, 물티슈 등에 쓰였다면 이는

단순히 피부를 닦아내는 정도인 만큼 공기 중으로 흡입됐을 때와는 차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향후 3개월 가량의 추가 역학조사와 동물흡입 독성

시험 등의 위해성 평가를 거쳐 인과관계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동물 흡입독성 실험은 여러 노출조건에 따라 해당 물질을 쥐와 같은 실험동물에게

흡입시킨 뒤 생체 반응, 조직학적 변화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위해성 평가는 특정

물질의 위험성 확인, 독성 실험, 노출 평가 등을 통해 해당물질의 위해성과 허용

농도를 평가하는 과정이다.  

    황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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