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이 암으로 떠날 때 남겨진 가족이 겪는 일

한국환연, 유가족의 실태 및 지원강화 토론회

“남편이 그렇게 아플지 모르고 보험을 하나만 들어서 보험혜택을 별로 못 받았어요.

당시 골수 이식 할 때 딱 3000만원 나오고 더 이상 없었어요. 우리 남편 가고 난

뒤 빚이 많이 남았어요. 조금씩 갚고 있죠”

4년여 전 백혈병으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석은희(가명, 42) 씨는 빚으로 남은

1억 원의 빚을 지금도 갚고 있다. 지방 공무원이었던 남편의 퇴직금 등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집안 일만 하던 석 씨는 당장 두 아들을 책임지고 기르고 생계를 꾸려나가는

가장 역할을 해야 했다. 높은 소득, 안정적인 일자리는 없었다.

석 씨는 현재 언니의 펜션 관리를 하면서 월 100만원 정도를 받아 생활 하고 있다.

집이라도 팔아 빚을 정리하고 싶었으나 시골이라 그런지 2년이 지나도 팔리지 않는다.

또 유주택자여서 국가 지원도 안되는 것이 많다.

“답답해 면사무소를 찾아갔더니 유주택자여서 그나마 있는 혜택도 못받는다고

해요. 아이들 급식비나 수업료도 재산이 있으면 안돼요” 석씨에게 최후의 보루 같았던

‘집’이 이제는 걸림돌이 된 것.

통계청이 발표한 ‘2009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40대 이상 성인의 사망률 1위는

‘암’이다. 30~40대 암 사망자 중 남성이 절반이 넘는다. 중년 가장이 사망하면

가족들의 충격은 크다. 유가족은 살아가기 위해 새로운 수입원도 찾아야 한다.

2006년 남편을 백혈병으로 보내고 아들과 살고 있는 김선희(가명, 45)씨도 처음

1년은 아득하기만 했다. 아들은 심적 스트레스 때문에 다리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들 일기장을 우연히 봤는데 죽고 싶다는 소리가 많더라구요. 그렇게까지 애가

힘들거라고 생각지 못했는데… 엄마한테 말 못하고 혼자 삭인 거를 생각하면 가슴

아파요.”

한국환자단체연합(한국환연)은 27일 전현희 민주당 의원과 공동주최한 ‘중년

가장 암 사망 후 유가족의 실태 및 지원강화’ 토론회에서 초중등 학생 자녀를 둔

30~40대 남성 가장이 암으로 사망한 사례 5건을 심층 인터뷰 해 발표했다.

가장이 암으로 사망하면 유가족은 여성가구주, 모자가정으로 바뀐다. 암 사망

이후 유가족의 빈곤율은 여성가구주 가구의 평균 빈곤율(21.8%)보다 더 높다. 남편의

투병 때 쌓인 의료비 부담이 남기 때문. 이와 함께 △아동 및 청소년기 자녀의 가정교육이

원활하지 않고 △1~2년 단기간에 급격한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락하며 △유가족 모두

심리적 문제를 안게 된다.

한국환연 안기종 대표는 “10대 이하 자녀를 둔 30, 40대 가장이 암 투병하다

사망했을 때 유가족의 생활 변화에 대한 실태조사는 이뤄진 적이 없고 이들에 대한

지원제도는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 박인석 과장은 “중년 가장이 암으로만 사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책타깃화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우선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앞서고 남겨진 가족은 한부모가족지원제도 등 기존의 제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양명 기자 toan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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