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용어는 단지 의사들만의 언어?

의학한림원 토론회서 범위 설정 두고 '이견'

"대한의사협회에서 추진하는 의학 용어 정비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의학 용어를 협의의 전문 용어로 볼 것인지 광의의 전문 용어로

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최근 열린 제11회 의학용어 원탁토론회에서 국립국어원 김한샘 학예연구사는 ‘우리나라

의학 용어의 제정 방향’에 대해 "의학 전문가들이 쓰는 말을 전문 용어로 볼

것인지 의학과 관련된 모든 장면에서 쓰는 말을 전문 용어로 볼 것인지에 따라 개별

용어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의학 용어에는 의학 학술 용어, 의료 업계 용어, 약제 및 의료 기기 용어, 일반

의학 용어 등이 있다.

그렇다면 대한의사협회에서 정비의 대상으로 삼을 의학 용어의 범위는 어떻게

정할 것인가.

김한샘 연구사는 "의학은 생물학과 달리 실용 학문이며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약사, 환자, 병원 행정직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소통해야 하는 분야"라면서

"때문에 의학 용어의 범위를 다양한 의학 분야의 용어 중 학술 용어로만 좁게

생각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의사는 전문가 집단에서 쓰는 전문 용어와 환자를 위한 일반 용어를 이중으로

익혀야 하며 일반인 중에 특정 질병에 대해 전문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자료를

보기 위해 전문 용어를 새로 익혀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일반인도 고려한 용어를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은 전문가 집단이

오랜 기간 사용해 오던 기존의 용어를 수정함으로써 생기는 당장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

때문에 그는 "쉬운 용어가 좋은 용어라는 합의가 있다면 대부분 외래어나

어려운 한자로 되어 있던 용어를 일반인과 공유할 수 있는 쉬운 고유어로 만들어

가고 있는 의학계의 노력은 바람직하다"며 총론에 동의했다.

김한샘 연구사는 "학문의 도구인 용어를 고유어 중심으로 만드는 것은 현학성과

권위 의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의료 행위의 수요자인 환자에게 다가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학문의 현지화(localization)라는 측면에서도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그럼에도 쉬운 용어를 만들어 보급하려는 노력에 이견이 있고 계속 논란이 거듭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한샘 연구사는 좋은 용어의 또 다른 조건인 ‘자꾸 바뀌지 않는 용어’가 ‘쉬운

용어’와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의학계에서 오랫동안 전문가 위주의 어려운 용어를 써 왔으므로 쉬운 용어를 만들어

정착시키는 작업은 용어를 바꾸는 것을 뜻한다.

용어를 바꾸는 것이 당장의 혼란과 불편함을 초래하므로 용어를 바꾸는 데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행히도 현재 의학 용어는 여러 전문가의 노력에 의해 쉬운 의학 용어가 많이

생겨나는 단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한샘 연구사는 "쉬운 의학 용어를 만들어 의학계 내외에 보급하는 노력이

의료 분야 전반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것이라면 기존의 용어를 통해 학문을 닦고

환자를 진찰해 왔던 기성세대와의 소통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의학용어가 전문인들이 사용하는 용어와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용어와는 ‘반드시’ 구별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양대학교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강종명 교수는 "전문용어와 일반용어는 확실하게

구별돼야 한다"면서 "다만 의학용어의 대중성을 고려할 때 전문용어와

더불어 환자에게 설명하기 위한 ‘보조어’로서 쉬운 한글 용어를 같이 써야한다"고

말했다.

의학용어를 만드는 목적이 의사와 의과대학 학생들을 위해 만드는 것이지 일반인들이

함께 사용하기 위해 만드는 용어는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단, 의학용어는 기록 및 대화를 위해 통용되는 용어인데 의사들 간의 소통에는

전문용어가 문제없으나 일부 의사와 환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가능하면 의사들만의

전문 용어보다는 여러 사람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용어로 개발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물론, 의사들도 의학용어를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미 바꾼

의학용어에 대한 일부 학회의 반발로 다시 옛 용어로 회귀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등

임상 현장에서 정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강종명 교수는 "의협에서 개량된 용어를 만들었을 때 각 전문학회에서

이런 원칙을 준용해 용어를 바꾸도록 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9-01-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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