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골퍼’의 단상

‘선데이’골퍼라고

자처하는 나는 사실은 골프장에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일요일날 목소리도 사근사근한 골프해설가의 자장가 같은 코멘트를 들으며

그림 같이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다가 마지막 그룹이 한 열두 홀쯤 돌 때부터 꼬박꼬박

졸기 시작하여 저녁식사 때 식구들에게 우승자가 누구인지를 물어보아야 하는 정말

수동적인 골프사랑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수한 한국선수들이 많아져서 혹 이름을 아는 선수가 결승조에 끼는

경우가 생기면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되므로 내 평화로운 일요일 골프/낮잠사랑이

평정을 잃게 되었다.

얼마 전에도 좋아하는 한국선수가 중요한 펏을 앞둔 상황에서 “아, 하나님!”

을 부르짖다가 중학생 아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들었다.

“하나님은 NBA와 PGA에 관여 안 하시는 것 몰라요? 그렇게 작은 일로 하나님

좀 귀찮게 하지 말라고요.”

“절절이 옳으신 말씀” 이라고 대답하며 멋쩍게 웃다 문득 얼마 전 한국인 교회에

혈압측정 나가서 만난 분을 생각했다.

교회에서 중책을 맡고 계신 신망 있는 어르신이었는데 혈압이 무려 180/100mmHg

정도였다.

더 이상 방치하면 위험할 수도 있는 수준이어서 치료를 권했는데, 하시는 말씀이

“나는 믿음으로 모든 신체 상황을 이겨내는 사람이에요. 하나님이 내 약인데 무슨

치료가 필요해요?”

신념이 가득한 그 분의 말씀에 더 이상 아무 말씀도 못 드리고 돌아섰지만, 혹

그 분이 큰 일을 당하시지나 않을까 계속 몹시 마음에 걸린다.  

물론 어줍잖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든지, 아들처럼 하나님을 너무

귀찮게 하지 말라는 논리로 누군가를 설득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모두 미룬 채 하나님께만 매달리는

일을 믿음의 깊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그리 건강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만약 우리 모두가 각자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신앙의 힘으로만 해결하고자 한다면,

학생은 공부하지 않고, 학자들은 연구하지 않으며, 농부들은 거름을 주지 않은 땅에서

기도의 힘으로만 수확을 하려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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