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멀쩡한데…알고 보니 알코올 중독

[사진=runzelkorn/shutterstock]

알코올 중독자라고 하면 제대로 된 직장도 없이 술에 빠져 사는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고학력, 고소득의 전문직 중에도 중독자는 존재한다.

문제는 이들 중 대부분이 자신이 중독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들은 상태가 심각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무형 원장은 “술 마시는 이유가 저마다 다르듯 알코올 중독에도 여러 유형이 있고 증상이 다 다르다”며 “번듯한 직장에 다니며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고도적응 형 알코올 중독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소득 수준과 알코올 중독 유병률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6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 소득수준이 중, 상위층인 사람의 알코올 사용 장애 일년 유병률은 6%로, 4.2%인 하위 층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중 상위층은 3.5%에 달했다. 고도적응 형 알코올 중독자들은 타인에게 보여 지는 삶과 술 마시는 삶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분해 주변의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본인이 알코올 중독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더욱 문제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

알코올 중독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 역시 문제를 키우는 원인이다. 이 원장은 “고도적응 형 알코올 중독자들은 타인의 평가에 예민해 음주 문제가 있음을 인지해도 주변의 도움보다는 스스로 음주를 통제하려고 시도한다”며 “그러나 알코올 중독은 술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이 망가져 치료가 필요한 뇌 질환으로 의지만으론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사회생활도 잘한다는 잘못된 인식과 관대한 음주 문화도 문제다. 우리나라에선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시는 사람을 애주가라 부르며 중독에 대한 의심을 미리 차단하기 때문에 술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 고도적응 형 알코올 중독의 치료 시기는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다.

결국 고도적응 형 알코올 중독자들은 지속적인 음주로 신체나 정신적인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원장은 “알코올 중독은 술을 마시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으로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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