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무서워 하면서 공포영화 보는 까닭

 

아직 본격적인 호러무비 시즌에 접어들진 않았지만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면서 집에서 공포영화나 미드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왜 사람들은 이처럼 무서운 영화에 열광하는 것일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추구하고 고통과 두려움을 피하려는 기질이 있다. 그런데 공포영화를 볼 때는 자진해서 2시간동안 무섭고 혐오스러운 장면에 스스로를 노출시킨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사람들이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사실상 사람들은 공포영화를 볼 때 ‘진짜 두려움’에 빠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희열과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행복한 결말에 도달하기까지의 공포스러운 시간을 기꺼이 인내한다는 이론이다. 마지막 행복한 감정에 도달했을 때의 희열을 맛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해피엔딩이 아닌 공포영화를 보고 나면 기분이 찜찜하고 꺼림칙하거나 불쾌한 감정이 드는 이유가 이러한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또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와 플로리다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소비자연구저널( Journal of Consumer Research)’을 통해 이 두 가지 지배적인 이론을 모두 부정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앞선 두 가지 이론은 사람이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동시에 경험하지 못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연구팀은 인간이 상반된 두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에 안도의 한숨을 쉬기 위해 공포를 참는다기보다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 자체가 동시에 가장 즐거운 순간이 되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바로 이러한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범죄심리학 교수 케서린 람스랜드 박사에 따르면 폭력성을 담은 미디어를 접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생존해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때문에 이러한 영상을 즐겨보기도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재고하는 기회로 삼는다는 것이다.

공포영화와 관련된 보다 이색적인 연구결과도 있다. 뉴올리언스대학교 연구팀이 ‘감정(Emotion)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추상미술을 감상하러 갤러리에 가기 전에 공포영화를 보면 예술적 경험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연구팀이 다양한 심리상태가 예술작품을 감상하는데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험했다. 그 결과, 행복감을 느낄 때보다는 두려운 감정을 느낄 때 예술작품의 숭고하고 고귀한 측면을 보다 잘 포착해내는 능력을 보였다.

왜 공포감이 예술 감상 능력을 향상시키는 걸까. 예술작품에 흥미를 갖고 집중하기 위해서는 일상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포라는 감정에 대처하는 메커니즘이 촉발되면 일상성에서 벗어나게 된다. 예술은 공포감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경이롭고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일상성에서 멀어진다는 유사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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