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아보고자파서죽껏다씨펄!!


음력 섣달 열엿새. 한결 누그러진 날씨. 슬며시 부풀어 오른 목련꽃망울. 종아리마다 알 통통 밴 연녹색 미나리. 평창동계올림픽이 있는 달. 트럼프-시진핑-푸틴-아베 등 근육질들의 힘자랑 무대. ‘갑오을미공간(1894~1896)은 한국근대사의 자궁이고, 해방어름(1945~1948)은 한국현대사의 자궁.’ 갑오을미땐 동학농민전쟁, 청일전쟁, 갑오경장이 잇따라 터졌고, 해방전후엔 좌우익이 박 터지게 싸웠다. 그리고 마침내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이어졌다. 모두 미국, 영국,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세계열강들의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것.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요즘이 딱 그렇다. 새우가 왜 그 넓은 바다에서, 그 작디작은 발하나 쭈욱 뻗지 못하고 사는지, 왜 평생을 전전긍긍 웅크리고 사는지, 그 심정을 알 것 같다. 우리는 언제까지 새우로 살아야만 하는가.
 
경북 영덕 병곡의 고래불해수욕장. 고래가 하얀 물줄기를 분수처럼 뿡!뿡! 뿜어댄다는 20리 겨울모래사장. 고래는 보이지 않고, 파도만 “철썩♪ 처얼∼썩♫” 노래 부른다. “끼룩♬ 끼이룩♫” 갈매기들이 너울너울 겹주름으로 밀려오는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그 겨울백사장에서 혼자 골똘히 생각에 빠져 망연히 서있는 중년사내. 사랑을 잃고 왔을까. 아니면 고단한 삶에 지쳐 왔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가슴이 영 허허로워서 왔을까. 어쩔거나. 이 추운 칼바람겨울에 장외인간, 아웃사이더, 왕따 인간, 금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 냉골 윗목에서 웅크리고 있는 인생들….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 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 만씩 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파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정양 ‘토막말’에서>
 
김화성 칼럼니스트
 
<사진=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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