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삼총사의 여걸과 사랑을 마친 날

[이성주의 건강편지]진짜 '러브스토리'

미녀삼총사의 여걸과 사랑을 마친 날


2009년 오늘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주치의의 과실로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며칠 동안 세계가 황제의 죽음으로 떠들썩할 때 영화 ‘러브 스토리’의 여주인공처럼 눈을 감은 여자가 있습니다. 바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미녀삼총사’의 여주인공 파라 포셋이었습니다.

파라는 잭슨이 숨진 바로 그날 두 번째 연인 라이언 오닐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했습니다. 사인은 항문암. 그녀는 1970년대 ABC TV의 ‘미녀삼총사’로 지구촌 남성들의 섹스 심벌로 이름을 떨쳤고 ‘600만 불의 사나이’ 리 메이저스와 결혼하기도 했습니다.

1979년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라이언 오닐과 살림을 차리고 아들까지 낳았지만 1990년대 후반 오닐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별했습니다. 하지만 2001년 오닐이 만성골수성백혈병(CML)에 걸리자 간병을 위해 곁으로 돌아옵니다. 이 병은 1990년대 후반까지는 환자의 60% 정도만이 골수이식과 항암제 치료로 생명을 건졌지만, 지금은 ‘기적의 항암제’ 글리벡 덕분에 관리가 가능해진 병입니다.

오닐이 병마에서 벗어나자 이번에는 포셋이 암에 걸렸습니다. 2006년 항문암 진단을 받았고, 이듬해에 몇몇 언론에서 ‘완치’를 보도했지만 아니었습니다. 암이라는 것이 세포가 안 보여도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적어도 5년 동안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포셋은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된 상태에서 투병하다가 2009년 오늘 세상을 등졌습니다.

오닐은 포셋이 원기를 회복하면 정식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는 연인과 결혼식을 강행했지만,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했던 것이지요. 영화나 현실에서나 목숨 바쳐 사랑한 여인을 암으로 잃은 것은 똑 같으니, 참 안타까운 삶이지요?

최근 오닐이 전립샘암에 걸렸다는 기사가 소개됐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어느 인터넷신문에서 전립샘암이 항문암과 비슷한 종류의 암이라고 소개했는데 전혀 다릅니다.

항문암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사람파필로마바이러스(HPV) 감염이 가장 큰 원인인 희소암입니다. 이에 비해 전립샘암은 서구 남성이 가장 잘 걸리는 암으로 지방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발병 위험이 커지고 담배, 술 등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암세포가 남성호르몬에 의해 자라는 특징이 있으며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합니다. 대부분 암세포가 천천히 자라므로 노인들은 암에 걸렸어도 적극적 치료를 하지 않기도 합니다.

오닐은 암을 잘 극복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평생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암과 싸워온 그 삶은 참 힘든 삶이었겠지요? 인구의 고령화와 식생활의 서구화, 진단기법의 발달 등으로 암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의학 기자를 처음 시작할 때인 1997년 인터뷰한 노벨의학상 수상자가 “15년~20년 뒤에는 암이 정복되지 않을까”하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는데, 아직 그 길은 요원해 보입니다.

그러나 희망은 있습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상당수 암이 치유 가능해졌습니다. 의학의 발달로 암의 원인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됐습니다. 담배와 술을 멀리 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기만 해도 암의 90% 정도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부 암은 백신으로 예방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암으로 ‘러브 스토리’ 같은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다시 점검하는 하루가 되기를 빕니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암의 슬픔을 미리 막기 위한 10가지 방법


암 예방 수칙 중 가장 권위가 있는 것은 2011년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각종 과학적 자료와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제정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탄 음식 먹지 않기’는 그동안 동물실험에서 탄 음식을 먹으면 암이 생기는 것에 근거해서 결론을 내렸는데, 최근에는 실험의 대상이 된 동물들이 평소 탄 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다를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설은 ‘탄 음식 피하기’입니다. 아래 수칙에 더해 △매일 목욕하기 △외출했다 귀가하면 세수와 양치질하기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풀고 기쁜 마음으로 생활하기 등을 실천하는 것도 암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행이겠지요? 

①담배를 피우지 말고,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피하기
②채소와 과일을 충분하게 먹고,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 잡힌 식사하기
③음식을 짜지 않게 먹고, 탄 음식을 먹지 않기
④술은 하루 두 잔 이내로만 마시기
⑤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기
⑥자신의 체격에 맞는 건강 체중 유지하기
⑦예방접종 지침에 따라 B형 간염 예방접종 받기
⑧성 매개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한 성생활 하기
⑨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장에서 안전 보건 수칙 지키기
⑩암 조기 검진 지침에 따라 검진을 빠짐없이 받기

<보건복지부-국립암센터 자료>

오늘의 음악

오늘은 마이클 잭슨의 기일이므로 그의 히트곡 가운데 세 곡 준비했습니다. ‘In Our Small Way’와 ‘Ben’, ‘Billie jean’이 이어집니다. 특히 첫 노래는 가사가 너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자막을 음미하며 들으면 좋을 듯합니다. 마지막 노래는 라이언 오닐이 주연한 ‘Love Story’의 주제가를 셜리 바세이의 목소리로 듣겠습니다.

♫ In Our Small Way [마이클 잭슨] [듣기]
♫ Ben [마이클 잭슨] [듣기]
♫ Billie Jean [마이클 잭슨] [듣기]
♫ Love Story Theme [셜리 바세이]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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