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 “중증환자가 최대 피해… 의·정, 환자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회장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의-정, 국민이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입을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치 국면을 풀고 파국을 막을, 보건 의료계 인사들의 긴급 제언을 집중 연재합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회장

의료대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혼란이 커지고 있다. 양측의 강 대 강 대치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다. 우선 의료인들이 환자들을 버리고 의료 현장을 떠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증 환자들을 방치하고 의사집단이 실력행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환자와 국민을 납득시키기 힘들다. 우리 중증질환 환우 대표들은 전공의와 의료인들의 집단행동과 진료 거부를 ‘폭력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중증 질환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단과 방법을 먼저 준비하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중증질환 치료와는 무관한 비대면 진료 전면실시 등 오히려 의료자원을 불필요하게 낭비하고 있다.

또한 3차 의료기관 수입 보존을 위해 수천억 원의 예비비를 제공하고 간호사 업무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을 대책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이는 의료현장에서 중증환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중증환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실효적 대책이나 방법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 국가에게 책무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헌법36조 3항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헌법에 명시된 규정이 있음에도 정부의 역할이나 방안은 무엇이 있는가. 국가는 국민의 보건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시간과 여유가 많아 언론과 국민들의 통쾌함에 편승해 환자를 볼모로 전공의를 협박하면서 의료계와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가. 정부가 의료계와 타협하지 않고 원칙만을 고집할 것이라면 의사들을 직접 고용해 전공의가 떠난 의료공백을 메우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지 않나 싶을 정도다.

매번 이런 사태가 있을 때마다 정부는 의료계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국가 책무를 망각한 태도로 일관했다. 정부도 환자를 볼모로 잡는 것은 의료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중증환자는 생명을 담보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의 강 대 강 대치를 언론을 통해 접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이 전부다.

이제는 공공의료에 종사하는 전문의조차 후배 의사가 불이익을 보게 된다면 옷을 벗겠다고 한다. 이런 분들이 그동안 의료현장에 있었고 우리가 존경하고 신뢰하던 의료진이 맞는지 억장이 무너진다.

정부와 의료계 양측은 발표문 서두에 늘 환자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한다. 의료계는 다른 대안이 없다며 사직 등 의료현장을 떠난다고 협박한다. 정부는 최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면서도 원칙론만 내세운 채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며 강경한 자세와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자세로는 두 기관의 치킨게임에 우리 환자들만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으며 중증환자들의 고통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자신들의 의견 만을 관철하겠다는 뜻이다.

그들의 눈 높이에는 국민도 환자도 설 곳이 없다. 따라서 우리 환자 단체는 정부와 의료계가 일단 함께 자리를 마련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먼저 제안하고자 한다.

의대 교수들이 제자들에게 보인 사랑과 진정성을 존중한다. 하지만 의료현장을 떠나는 최악의 방법을 고집 부리지는 말아 달라. 이 사태를 진정하고자 한다면 우리 중증 암 환자들과 함께 정부와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노력을 먼저 해주길 당부 드린다.

대통령도 진정 이 사태를 해결하길 원한다면 의료계와 환자단체와 대화할 것을 요청한다. 다만 우선 우리 중증질환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먼저 듣는 시간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이 상황에서 가장 우선 해야 할 것은 의료현장을 떠나 있는 젊은 전공의들이 먼저 의료현장에 복귀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의대 교수들은 의료현장을 떠나겠다는 의견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

우리 중증질환자들은 현재 감내하기 힘든 시간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정부도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유연한 방안을 준비하고 그런 협상이 불가능하면 의료현장에 현실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 의료인을 직접 고용해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

아픈 것도 서럽고 힘든 환자들에게 단지 버티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이라는 직책이 무겁고 무기력하기만 하다. 우리 연합회는 정부와 의료계 두 단체를 언제든지 만나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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