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간병인제도, 어떻게 해결할까?

[박창범의 닥터To닥터]

미국인들이 우리나라 병원에 방문하면 가장 놀랍고 이해가 안되는 것은 바로 한 병실을 6명이 함께 사용한다는 것과 환자침대 옆에 간이침대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일 것이다. 6인용 병실은 별론으로 하고 우리나라 병원의 경우 환자침대 옆 간이침대는 왜 있을까? 알다시피 바로 환자 보호자나 간병인을 위하여 설치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6인용 병실은 사실상 12인용 병실이 된다.

많은 대중매체에서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과 의료제도는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매우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가족 중에서 누군가가 중병으로 입원을 하면 그 실상이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간병인제도이다. 만약 가족 중에 한명이라고 중병으로 병원에 입원하면 누군가는 환자들을 위해서 옆에서 먹이고, 씻기고, 때에 따라서는 대소변을 처리하는 등 여러 잡일들, 즉 간병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나 치매나 중풍과 같은 뇌질환환자들은 이러한 간병이 크고 작은 사고들과 감염을 예방하기 때문에 때로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치료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간병서비스는 의료서비스의 일종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제공하여야 하지만 건강보험의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에서는 제공하고 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가족 중에서 누군가는 생업을 포기하고 환자 곁에 있거나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하여 이런 간병일들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환자개인이 간병서비스를 해결하도록 한 현재의 제도로 인해 여러 문제점이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실제로 제대로 된 의학지식을 가지지 않은 간병인이나 보호자들이 환자의 수발을 들고 있다 보니 감염관리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간병을 환자 가족이 직접하다보면 아무래도 24시간 지속되는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감정적인 문제나 피로감으로 인해 가족간 불화가 발생하고, 간병인을 환자가족의 부담으로 고용하면 간병비용부담으로 인해 가족이 환자를 살해하는 간병살인이나 간병파산과 같은 사회적인 비극이 발생하기도 한다. 간병비와 의료비가 부담스러운 보호자들은 간병비가 더 싼 곳을 찾아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요양병원에서 요양원으로 옮긴다.

하지만 위치나 크기에 상관없이 건강보험으로부터 같은 요양급여를 적용받는 요양병원에서 상대적으로 값이 싼 이유는 대부분 간병인의 숫자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값이 싼 곳은 간병인 한 명당 담당하는 환자의 숫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담당하는 환자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한 명의 환자에게 제공하는 간병인의 간병서비스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요양병원일수록 환자들은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해 영양실조로 인해 앙상해지기 쉽다. 또한 제대로 씻지 못해 냄새가 나고, 대소변처리가 잘 되지 않아 욕창이나 감염에 걸리기 쉽다. 이런 이유로 요양보호사들은 요양병원을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간병인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이들은 하루 24시간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으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2016년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에서는 환자보호자는 하루에 2만원정도의 추가적인 부담으로 간병인이나 가족대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입원병상의 전문간호서비스를 24시간 전담하도록 하여 간병인이나 보호자 없이도 입원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좋았다. 하지만 실제 이상과 현실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는 병원에서 입실기준이 따로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중증환자들은 입원이 거부되는 경우가 많고, 혼자 거동이 가능하고 간병인의 도움이 덜하거나 필요없는 경증환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핵심은 바로 간호인력당 환자수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는 병원에서 간호인력이 혼자 맡아야 할 환자 수는 기존의 환자수보다 10-19명(평균 16.3명)보다 적은 8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담당하는 환자의 수가 아직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 이들이 환자의 간호와 간병을 모두 맡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24시간 돌봄서비스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여 환자보호자가 직접 간병하거나 간병인을 개인적으로 고용하고 있고, 이러한 서비스가 필요없는 경증환자들에게만 제공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은 간병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미국병원의 경우 가족이나 간병인 대신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그 일을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하여 간호사 한 명당 돌보는 환자수를 5인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병실은 1인실이나 2인실을 기본병실로 하면서 병원내 감염을 막기 위하여 간이침대는 물론 환자보호자들이 특정시간이 아니면 병실로 들어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런 제도로 인하여 종합병원 입원비가 5성급 호텔 스위트룸 숙박료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호주나 캐나다의 경우 4인실이 기본병실이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병실에 간병인이나 보호자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상황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 3-4인실이 가장 흔하고 1994년 이전에는 우리나라처럼 간병인이 병실에 상주했지만 정부에서 강력한 정책을 편 1997년 이후 간병인이 병실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이를 위하여 간호사 한 명당 돌보는 환자수를 7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정리하면 간병서비스를 보호자에게 맡기기 보다는 사회가 맡아야 하지만 현재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계획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큰 폭의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더 나아가 선진국과 같이 간병서비스를 의료기관에서 직접 제공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간호인력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입원비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고 이는 결국 국민 개개인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비의 가파른 증가로 귀결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미루거나 하지 않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현재 간병서비스의 문제점을 이미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정도의 건강보험료의 상승은 필요하다고 국민들을 설득하면서 동시에 현재 간병서비스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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