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녹지국제병원 사태에 즈음하여

[박창범의 닥터 to 닥터]

고령화가 진행되고 경제성장률이 정체됨에 따라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혁신성장을 저해하는 규제개혁의 하나로 보건의료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촉구했고, 정부도 보건의료산업을 미래먹거리로 지정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규제완화를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기업과 정부가 제조업을 대체할 미래혁신산업분야로 보건의료산업을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보건의료산업은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생명과 건강에 관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 독특한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수익화를 할 수 있는 영역도 무궁무진하여 정보처리기술과 생체기술, 나노기술 등과 같이 최신기술을 융합하면 현재와 같이 아픈 사람을 진료하는 것 외에도 유전자검사나 건강관리서비스 등 질병예방과 예측과 관련한 많은 투자와 관련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의 2018년 모습.[뉴스1]
하지만 이런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규제완화는 의료의 공공성과 마찰을 일으키기 쉽다. 가장 대표적으로 문제되는 것이 영리병원 허용여부이다.

우리나라가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2001년부터이다. 당시 세계무역기구 회의에서 의료기관의 영리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외환위기 이후였던 2002년 당시 인천이나 광양과 같은 외국인이 많이 사는 경제자유구역에 높은 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면서 국내의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설립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법에서 허용된 외국인만의 진료로는 수익성이 낮아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국회는 1년만에 법률을 개정하여 내국인진료도 허용하였다.

제주도의 경우 2006년 경제자유구역법의 외국인 영리병원 허용조항을 준용하여 외국인에 의한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되었다. 이후 제주도에 영리병원설립을 둘러싼 여러 논의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2007년 미국 의료법인 PIM-MD(Philadelphia International Medicine-Management Development)와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설립부지가 확보되지 않고 국내 협력사의 재무구조가 열악하여 결국 무산되었다. 같은 해 일본 의료재단법인 의진회와 암치료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지만 역시 무산이 되었다. 2010년에는 중국 북대청조그룹, 홍콩엔지니어스와 컨소시엄을 통해 성형관련 의료타운을 조성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였지만 흐지부지되었고, 2013년 중국 천진하업그룹 한국법인이 48병상 규모의 영리법원 설립계획서을 제출하였지만 보건복지부가 승인하지 않았다.

2015년 정부는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 국내 최초로 영리병원설립을 승인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제주녹지병원으로 2017년 완공하여 개원할 준비를 마쳤다. 이 병원은 경제자유구역법이 적용되는 제주도에 건립하였기 때문에 외국인과 내국인을 모두 진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진보사회단체들이 제주녹지병원이 영업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우리나라의 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영업을 허가하지 말도록 정치권 및 정부에 많은 압력을 가하였고 결국 제주도는 제주녹지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금하고 외국인 진료만 허용하는 조건부개설허가를 하였다.

이와 같은 제주도의 결정에 반발한 제주녹지병원은 개원을 미룬 채 제주도의 조건부허가가 위법성이 있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2019년 제주도는 정당한 이유 없이 3개월의 기한을 넘긴 채 개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주녹지병원에 대한 조건부개설허가를 취소하였고 병원은 이에 반발하면서 폐업신고를 하였다.

제주도의 개설취소 처분에 대한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개설허가에 공정력이 있는 이상 일단 허가 후 3개월 이내 의료기관을 가설해 업무를 시작해야 하지만 무단으로 업무시작을 거부한 사실을 인정하며 제주도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최근인 2021년 9월에 선고한 2심 재판부의 의견은 달랐다. 제주도가 제주녹지병원의 영업허가를 지연하면서 병원인원 134명 중 의사 9명을 포함하여 과반수인 70여명의 인원이 이탈했으며, 개설준비를 마치고 1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내국인 진료를 허가하지 않는 조건부허가가 이뤄져 사업계획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영업개시까지 3개월의 짧은 시간을 주는 등 개원에 따른 구체적인 절차와 계획을 다시 수립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제주녹지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제주도는 이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였고 결국 대법원에서 누가 잘못하였는지 결정할 것이다. 문제는 이 소송은 제주도의 병원의 영업허가를 취소한 것에 대한 행정소송일 뿐으로 제주도가 제주녹지병원의 내국인진료를 허가하지 않는 조건부허가가 적법한 조치였는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 만약 위의 소송에서 제주도가 패소한다면 위 병원에 엄청난 비용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외국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특례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특별법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우리나라에 영리병원을 허가할지 여부는 매우 첨예한 이슈로서 보는 관점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지 않고 법률을 만들어 영업허가를 주고, 막상 많은 자금을 들여 투자하여 병원을 설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여러 핑계를 대면서 폐업을 유도한 현재 상황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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