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수 세지 말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왠지 코로나 19 방역을 포기하자는 막말처럼 들리지만,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는 의견이다.

이스트앵글리아대 폴 헌터 교수는 일간지 ‘데일리 메일’에 “이제는 유전자 증폭 검사(PCR)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확진자)이 아니라, 실제로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의 주장에는 코로나 19는 집단면역으로 박멸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독감이나 감기처럼 앞으로 수 세대에 걸쳐 유지될 풍토병(endemic)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깔려있다.

이런 전망은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 사이에서 나왔다. 변종인 델타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워낙 커서 백신을 맞더라도 감염될 수 있다는 점과 어쨌거나 백신을 맞으면 중증으로 번지거나 사망할 위험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점이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상당 기간 유지되겠지만, (백신 접종이 진행될수록) 감염으로 입원하는 환자의 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확진자 수를 매일 집계하며 일희일비하기보다 독감처럼 정기적으로만 집계하고, 위중증 환자의 증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 시험을 주도한 옥스퍼드대 앤드루 폴러드 교수도 영국 의회의 코로나 19 관련 초당파 모임에서 “집단 면역은 도달할 수 없는 신화적인 목표”라며 “숫자 집계 대상이 확진자에서 환자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문제가 되지 않는 확진자가 많다는 이유로 사회적 공포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도 최근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 19를 천연두처럼 근절하거나 홍역처럼 제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 19 대응 전략을 집단 면역이나 확진자 수 최소화에서 고위험군 중증 및 사망 방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없는 세상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다소 힘 빠지는 전망이다. 그러나 코로나 19가 독감이나 감기 정도의 감염병이 된다면 견딜만한 불편함이 될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무사히 빠져나가려면 여전히 백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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