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안면 인식 장애의 시대

[사진=bombuscreative/gettyimagesbank]
생선구이나 김치찌개를 먹고 나서 마스크를 쓰는 건 곤욕이다. 마스크 속 눅눅한 입냄새, 답답한 숨을 견딘 지 어느덧 8개월이 넘었다.

그러나 마스크의 중대한 불편함은 또 있다. 타인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카네기 멜런 대학교 멀린 베르만 교수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약속 장소에서 동료를 만나기로 하고 한참을 기다렸다. 혹시나 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바로 앞에 마스크를 쓴 채 앉아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동료였다. 헤어스타일을 살짝 바꾼 동료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 베르만 교수. 그는 수십 년째 안면인식을 연구해온 신경과학자다.

당연하지만,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면 얼굴을 알아보는 게 힘들다. 캐나다 요크 대학교 연구진이 실험했다. 다양한 각도와 조명, 배경에서 찍은 여러 인물의 사진을 섞어 놓고 같은 사람을 찾으라는 실험이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진의 경우 정확도가 80%가 넘었으나, 마스크를 쓴 사진에서는 60% 남짓으로 떨어졌다.

스코틀랜드 스털링 대학교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진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안면인식 장애 증상을 보인 사람은 3.5%였으나, 마스크를 씌운 사진에서는 무려 13%에 달했다. 마스크를 씌우면 심지어 영화배우 등 명사들의 사진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얼굴을 인식하는 데는 문화적 차이도 있다. 예컨대 이집트나 아랍에미리트 사람들은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사람의 얼굴을 영국이나 미국인보다 더 잘 알아차린다.

일본 와세다 대학교의 인지 과학자 와타나베 카츠미 박사는 “서구 백인들은 얼굴을 볼 때 입매에 주목하지만, 동아시아인들은 눈가에 비중을 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등 아시아인들은 마스크를 쓴 채 의사소통하는 어려움을 서구인보다 덜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자라나는 아이들이다. 한창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야 시기에 마스크를 쓴 어른에 둘러싸인 형국이기 때문이다.

런던 대학교 리처드 쿡 박사는 “표정을 인식하는 능력은 어린 시절 배워야 할 제2 외국어 같은 능력”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이 능력을 제대로 습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용재 기자 youngchaey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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